30대 후반의 나이에 이제 결혼 1년차.
남들이 보면 10년차처럼 보이나..
반전의 깨볶는 신혼♡
42살의 신랑은 얼굴이 나이를 역행하여..
어디를 가든 연상연하커플로 오해를 받아..
저는 자연스레 외모에 위기감을 느끼고 안하던 팩까지 하며 틈틈히 관리를 하네요.-_ -;;
신랑은 대학 졸업후 대기업 건설사를 다니다 직장선배와 의기투합하여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시작.
잘 운영하다가 운빨이 다되었던건지 말아먹고..
삶의 의욕을 잃었으나 지인 소개로 노가다판에 뛰어들어 일하면서 빚도 다갚고..(기특)
연애.결혼은 포기하고 강제저축만 하며 살던중 저을 만나 눈이 뒤집혀서..
독신을 포기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었네요.ㅎㅎ
가정을 이루기 전에는 삶도..일도 큰 애착도 없었고 의미도 없었기에..
그냥저냥 주어지는데로 일하면서 살았으나..
가정을 이루고 보니...남편의로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겼나봐요.
자신이 하는 일을 되돌아 보니..
비젼도 없고 소속감도 없는...말 그대로 아무런 미래가 안보이는 일인데다..
승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않고 이끌어 주는 사수가 없다면 정년까지 밑바닥에서만 일할게 보이다보니..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일에 의욕도 떨어져 가기 시작할무렵...저도 신랑이직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신랑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지금 하는 일은 위험도 따르고 몸 다치는 순간 정년도 보장 못받고 그만둬야하기에..파리목숨이나 다름없었거든요.
그러던중 어느날..
책을 읽고 있는데..신랑이 저한테 장난치다 제가 들고있던 책에 눈을 찔림.
원래 초고난도난시로 평소 눈에 민감하기에..걱정이 되어 다음날 안과를 찾아 진료를 보게되었어요.
다행히 약간 스크레치가 난 정도이고 금방 치료가 된다고 했으나..
신랑은 안과에 온김에 본인 눈 정밀검사를 의뢰하게 되었고..
검사결과..녹내장의심판정을 받아..소견서를 받아서..대학병원에가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녹내장 말기 판정을 받게되었어요.
양안모두 말기..시신경 25%만 남은 상황이었죠.
중심시야만 살아있고 주변시야는 거의 죽어있는 상황.
많이 놀란 신랑은 실명에 대한 두려움과 저에대한 미안함등으로 몇일 눈물만 흘렸어요.
저는 괜찮다고 괜찮을거라고 다독이며, 녹내장에 대한 정보를 이잡듯 뒤져보니..
녹내장은 완치되지는 않지만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만 잘 하면 실명은 피할수 있었어요.
저는 사실 1년만에 부모님을 하늘로 보낸뒤로는..
죽는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것도 괜찮았거든요.
어떤 모습으로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제 옆에 있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신랑에게 희망과 당근과 채칙을 같이 휘두르며 놓으려는 정줄을 잡게 하였고..
회사를 계속 다닐수 없다는걸 알고 어떻게 할지 의논을 하다가..
(녹내장은 무거운것을 들면 안되고 머리를 압박하는것은 좋지 않았기에..공사현장이 근무환경인 신랑에게는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요.)
저는 그동안 생각해뒀던 공무원 시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동안 제가 봐온 신랑은 책을 엄청 좋아하고 (술.담배.게임 전혀 안함)
집중력과 암기력이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공립대 편입을 6개월 준비해서 합격했던 사람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승산이 있다 생각했어요.
물론 그때와 지금은 두뇌회전율 떨어지겠지만..
무모한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신랑에게 9급 공무원에 대한 설명과 응시지역.응시과목 등과
합격. 불합격시 대응책 조목조목 설명하며 설득했어요.
합격의 갈림길은 영어에서 판가름 나는편인데..
다행히 유명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친한동생이 영어를 도와준다고 했거든요.
처음에는 40대에 무슨공부냐 했었는데..제 설명도 듣고 2주넘게 이런저런 정보도 찾아보고..기출문제도 풀어보고 하더니..
시험에 도전해 보겠다고 하더군요..(엄청 기특!!)
섣불리 주변말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고민하고 결심한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는걸 알거든요.
시험 공부는 최대 2년으로 잡고.
2년 안에 합격 못하면 깨끗히 접는걸로 이야기했고.
시험공부하는 동안에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뒷바라지는 제가 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아이가 아직 없고..
모아놓은 돈과 신랑 퇴직금등을 합치면 1년정도는 둘다 일 안해도 되고..
제가 일해서 돈을 벌면 더 여유가 생기기에 크게 걱정은 안되거든요.
양가에서도 다행히 반대없이 지지해주겠다 하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고 하네요.
요즘 20~30대도 어려운 공무원 시험을 40넘어서 할 수 있겠냐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가중되고 시간만 잡아먹을 수 있다고..
차라리 기술을 배워서 기술직으로 나가는게 더 낫지 않겠냐면서..
공무원 초봉은 굉장히 낮고 7급쯤에 정년일텐데..연금도 많지 않다면서..
사실 공부가 얼마나 힘든건지 너무 잘 알지만..
체력이 많이 약한 신랑인데다 눈까지 안좋다 보니..
제가 아는 기술직이라고는 힘쓰고 안전모 쓰는 기술직밖에 몰라서.ㅠㅠ
혹시..
제가 모르는 40대 체력약하고 녹내장을 가진 남자가 할만한 기술직이나..직업군이 있을까요?
조언해주시는분들 모두 올해 소원성취하실거예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