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고 일한지는... 3년차 됐구요. 27살이고..
남자친구는 29살이고 취준생이에요.
제가 가끔 친구따라 봉사활동을 가는데, 남자친구는 거기서 만났어요. 사귄지 2년됐구요.
저는 결혼생각이 크게 없는 사람이라, 남자친구랑 사귀기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확실히 말했어요.
결혼은 언젠가 할 수도 있지만 안 할수도 있고, 몇 살 전에 꼭 할거야 이런 마음은 없고 다만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좋은 사람은 물론 오빠가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다 이해한다고 자기랑 사겨만 달라고 해서, 남자친구도 크게 결혼 생각 없는 줄 알았구요.
근데 이제와서 결혼을 재촉하네요.
결혼 적령기인 자기를 2년이나 붙잡아뒀으면 책임지래요.
내가 처음부터 결혼생각 없다고 말하지 않았냐 했더니 장난인줄 알았대요
어이 없었지만 재촉하거나 말거나 들은체도 안하고 지냈는데
얼마전에 카페에서 제 노트북으로 자기 계정 pc카톡 로그인해서 놀다가 잠들었더라고요.
그러면 안되는데 호기심에 이것저것 뒤져보는데 친구들끼리 한 대화 내용에서
ㅇㅇ이(저)가 끝까지 결혼 생각 없다고 하면 그냥 임신시켜 버리라고, 실수인척 몰랐다고 하면 별 수 있냐 ㅇㅇ이 성격에 낙태는 안할 것 같은데 그러면 그냥 결혼하겠지 뭐
이런식으로 지들끼리 농담한걸 봤는데 진짜 소름이 쫙돋았어요.
자고있는 남자친구 깨워서 울면서 이거 뭐냐고 너 진짜 이런 애였냐고 역겹다고 따졌는데
남자친구가 처음에는 모르는 척 하다가 나중엔 오히려 저한테 짜증내더라고요. 대체 결혼하기 싫은 이유가 뭐냐고 절 이해 못하겠대요. 아무튼 그렇게 얘기하다가 일단 시간을 좀 갖자고 하고 집에 왔어요.
이게 좀...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전 결혼이 하기 싫은게 아니라 아직 별로 할 생각이 없는 거거든요.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아직 결혼에 대한 준비가 덜 된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저는 아직도 정신이 미성숙하고 어린애마냥 철없는데, 책임질 가족을 만든다는게 이른것 같고
원래 아기들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심지어 내 자식 내 아이를 엄청 간절하게 원하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낳아놓는다고 없던 모성애가 생길까 싶기도 하고..
뭣보다 결혼이 둘만 좋아 하는게 아니잖아요. 상대 배우자의 가족과 그 집안의 문화와 정서가 한방에 넘어오는건데
진짜 생각만해도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남자친구네는 교회다니는데, 결혼하면 교회도 다녀야 될 거 같고 ㅠㅠ..
더 쓰자면 끝도 없겠죠 ㅠㅠ..
아무튼 남자친구한테 저런거 말했더니 자기가 다 쉴드쳐줄수있다고 자기만 믿으라는데
음... 전 여전히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거든요.
아 그리고 2년동안 거의 모든 데이트비용을 제가 다내서... 모아놓은 돈도 솔직히 없구요.
남자친구도 아직 취준생이라 결국엔 또 제가 결혼에 드는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건데
그렇다고 대출끼고 빚져가며 결혼할만큼 제가 결혼이 엄청 하고싶은것도 아니라서..
결론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굳이 따지자면 안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만) 이런 마음으로 결혼하면 안되는거겠죠?
어중간한 마음으로 결혼하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겠죠...?
남자친구가 싫은건 아니고 아직 좋긴 좋은데
결혼때문에 헤어져야 하나 해서 착잡하네요.
제 생각에 우리 아직 늦은 나이도 아닌데, 어리지 않을뿐이지 아직 젊은데 왜 결혼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싶고 그러네요.
오늘 화요일에 퇴근하고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는데 마음이 복잡해서 잠이 안와요.
벌써 5시 넘었네 ㅠㅠ 출근준비나 해야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