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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합니다.

  • LV guest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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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281
  • 2014.01.05 00:22

고민상담을 하기엔 좀 부끄러운 나이입니다.

이 날이 되도록 제 앞가림이 안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다시 한 발 딛도록 마음을 다지는데 도움을 받고자 익명의 힘을 빌어 씁니다.



삶이 고단합니다.


70년대 말, 한창 대한민국에서 입양아들을 해외로 내보낼 때 동생과 입양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나 자녀 수에 따른 보조금이 입양아를 제외하도록 제도가 개정된 직후 양부모에게서 파양되었습니다. 시설 몇 곳을 전전하다 고국 분들의 도움으로 돌아온 후에는 마포쪽 시설에서 자랐습니다.


그 때 이미 남들보다 없이 시작한다는걸 알고 있었고, 무얼 하든 눈치를 봐야 하는 환경에서 그래도 성적 하나 잘 받으면 자기 자식 일처럼 기뻐하시던 분들이 계셔서 공부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마운 분께서 첫 등록금까지 손에 쥐어주신 덕분에 좋은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었고, 오지 말라는 군대도 오기로 다녀오면서 9년 걸려 졸업도 했습니다.


졸업할 무렵에 아내를 만났고, 아버님이 집어던지신 무언가에 머리도 깨져가며 참 어렵게 결혼했습니다. 이 나이에 내가 너랑 같이 일반사원인데, 우리 딱 4년만 같이 고생하자. 부족할 것 없는 집안에 들이댄게 나라서 참 미안한데 평생을 너에게 갚으며 살겠고마 했습니다. 둘 다 정신없고 늦게까지 일에 매여있는 기간이 4년 보다는 더 길어졌지만 그 가운데 즐거운 시간도 많았고, 소소하게 다투어도 다음 날 아침에 침대로 좋아하는 계란토스트 만들어 바치며 풀고... 그러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찾고 찾아 친모를 만났습니다.

경기도 모 시에서 술집을 하시더군요. 첫 인상은 한 줌 닮은 구석도 찌든 삶에 가려진 늙은 작부였습니다. 결혼식까지는 모시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 세상에 내고서 단 몇년이라도 같은 방에서 몸 데우며 산 시간이 있지... 그간 또 이렇게 살면서 얼마나 구차하고 부대꼈을까.. 하고 용서하고 닫았습니다. 그때는 내가 이 사람의 혈육이라는 생각이 지난 서운함을 덮었던 것 같습니다.


간간히 연락 주고받으며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분이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잡니다.

화를 넘어서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이 분이 정말 갈 곳이 없었습니다. 가게는 아줌마 접대부들에게 줄 월급부터 채무자들 빚까지 쌓였고 사는 곳은 월세가 1년 가까이 밀렸더군요. 그 때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나부터 여기서 내치면 이 노인은 어떻게 사나, 만에 하나 오시라고 해도 집사람에겐 뭐라하고 처가에는 뭐라고 해야 하나. 참 제가 세상물정 몰랐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다 받아줬습니다.

"당분간이고마."하고 들어와서 열달 넘게 안방 아랫목 차지하는 것부터 둘 다 밖에서 사먹던 삼시세끼를 식탁에 차려놔야 하는 것까지. 월급 받으면 다달이 꼬박꼬박 함께 집어넣던 통장에 제가 넣는 액수가 60만원 줄어든 것부터 웬 영감 집에 데려와서 여기다 살림 차린다길래 빌고 빌어 내보낸 것까지. 처가에 불려가서 당연한 욕 들을 때에도 옆에서 그래도 어머님이라고 역정 들어준 것도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 받아주다가 술에 만취해서 옆집 아주머니랑 싸우는 그 분 말리던 도중 머리채 잡히고 걷어채여서 뼈에 금이 가고, 유산했습니다.



아무 말 못하고 이혼했습니다.

내내 싸늘하셨지만 결혼하기 전 따로불러 제 손 잡고 딱 한번 고개숙여 부탁하셨던 장인어른, 씨암탉은 없다고 치킨맥주 시켜주시던 장모님, 내 형제나 마찬가지로 아끼던 우리 처남부부, 그 일 이후 처가 근처에도 못가다 숙려기간 끝날 무렵 전화로 그저 자기가 미안하다던 집사람. 할 말이 있으면 그게 금수겠지요... 경찰서에서 악다구니 쓰는 그 분과 멸시에 찬 말을 토하는 처가 사이에 고개숙이고 있을 땐 사는 가운데 지옥이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햇수가 2년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직하고 이사하고, 따로 사람 만나는 일 없이 정신줄 놓고 직장만 다녔습니다.

그런데 친모가 원래 살던 곳 주변에서 뭐라도 하고 서로 없는셈 치자고 3천만원 들려 내려보냈는데 지난 연말에 돌아가셨습니다. 노친네가 약물과용 후 스스로. 2년 전 통장으로 큰 돈 넣어드린 것 때문에 이놈 필로폰사범 아닌가 하고 또 경찰서 가서 진술하고, 돌아가신지 4일만에 찾아가 화장하고 유골함 챙겨 나오는데 뒤에서 안치소 직원들이 나흘만에 나타난 저런게 바로 호로새끼랍니다. 하하.



새해 첫날 삼오제 마치고 집에 와서 앉아있는데 이게 다 뭔가 싶고  

전화기 들고보니 이런 얘기 붙잡고 할 사람이 이 나이 되도록 한 명도 없고

가까운 이에게 죄는 지었어도 정말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다 부질없고 그저 피곤하고 눕고만 싶습니다.


두면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오래갑니다.

출근 안한지 보름 좀 넘어가네요.

일주일까진 엄청 연락오다가 이젠 나오거나 말거나.

나가서 소문 다 났을 그간 가족사 읊으며 뭔지모를 눈길 받는 것도 싫고..

그것도 어미라고 며칠 지나니 좋았던 잠깐잠깐이 생각나고,

아닌거 아는데 곧 새출발 할 집사람 얼굴도 한 번은 보고싶고..

마흔 언저리 되어서 이게 웬 주책질인지..




사는게 고단합니다.


슬프다 괴롭다 아프다 이런게 아니라.. 

하루종일 목 뒤에 미지근하게 젖은 수건이 얹힌 것처럼 마냥 고단합니다.

정말 그냥 두면 또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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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1 키작은아저…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혼 하신 그 분과는 이제 연락조차 안하고 계시는 건지요? 성품이 참 고우신 분인데 본의아니게 멀어지게 되셨네요. 세상에 고민없는 사람은 없나봅니다. 내가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더 힘든 분이 계셨네요. 다만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많은 우리지 않습니까? 마음 추스리시고 다가 올 인연과 미래를 맞을 준비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비슷한 나이에 결혼조차 해볼 염두가 없는 한 영혼이 말씀 전합니다.
LV 1 천일향기
저는 형님보다 나이가 어린 14년도 34살댄 동생임니다..
형님보다는 아니지만 재가 가장 슬픈거는 부모님이 20살때 돌아 가신거임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두,,,삶의 의지도 안들더라구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나아지더라구요...
형님은 아주 힘든시기를 어떠게든 이겨 내시고 지금까지 온거.. 어짜피 혼자인 세상 아니겠음니까..
힘내시고 화이팅 하셔요.. 재가 그 상황이 안대서 이런말씀뿐이 드릴수가 없내요...힘내셔요,,
LV 1 HK그룹
항상 힘내시구요 새해부터 힘내세요 꼭
LV 1 아난세떨
힘내세요....
LV 1 곰곰3
힘내세요~
LV 1 성탄절
꼭 힘 내세요!!!!!!!
지금까지 잘 해오신 것처럼 님같은 분이라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어요....
LV 1 큐뽕
사람이 살면서 본인 선택으로 많은것이 변하게 됩니다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고
태어난건 본인 선택이 아니지만 입양 되고 파양되고 잘지내서 학교 잘 나오고 직장 다니고 결혼도 하고
이건다 본인이 좋은 선택을 한 결과 였을겁니다
결혼하기전 죄스런 마음을 덜기 위함이였는지 친모를 찾으셨던것 그건 본인 선택이였을겁니다 누가 강요한것도 아니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 때문에 어두운곳에서 밝은곳으로 행복의 빛을 향해 가던 모든것이 무너졌을때
많이 힘들고 벗어나기 힘들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다 본인 선택입니다
마음먹기 달린겁니다
지금은 살 기력도 없고 살 희망도 없어 보이지만
이제 인생의 반정도 살아 가고 있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본인의 선택이 본인을 선택한 분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힘드실겁니다
그래도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또 더 행복한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한번 결혼하셨었지만 글쓰신걸로 보면 아주 좋은분이였던것 같네요
다시 만나게 되면 좋겠고
안되더라도 아직 살날이 많이 남으셨습니다
꼭 본인의 행복을 위해 사시고
어떤 결정을 할때 선택을 해야 한다면
본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
LV 1 애라오빠
역시 사람들 마다 꼭 하나씩 힘든점은 있다는점....
겉으로 말을 하지않아서 모를뿐이지요..
다른사람이 보기에 행복해 보여도 말이죠....
지금 많이 힘드신것 같은데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시면 더 지치고 힘든 분들이 수두룩 하다는...
내가 저 사람에 비하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실거에요...
LV 1 허브랑
힘내세요.
LV 2 meid
주제넘게 상담을 해드리고 어떤 조언을 해드리고자 하는것은 아니고요.
저하고 비슷한 연배이신것같아 그리고 쓰신 글에 제 마음마저 공허해지는군요.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이신데 불행이 찾아오신것같습니다.
저또한 친모를 모르나 전 찾지않았습니다. 서로 찾을려면 찾을 수 있지만, 당신이 찾지 않았기에
어릴때는 얼굴한번 보고도 싶었지만 말이지요..
이거 뭐 제 얘기가 되는것같은데, 아직 우리 나이는 이 시대를 생각하면 많은편은 아닙니다.
불행뒤 행복은 찾아올것입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으시길 바랍니다.
비가 아무리 온들 장마이고 장마는 그치게 되어있습니다.
힘내십시요...
LV 3 래드썬즈
힘내세요 눈물나요
나도 힘들다 했는데 여기에 비하면
발톱때도 안돼겠네요
힘내서 또 다시 시작해봐요
LV 1 양락이
호로자식......원인은 4일만에 유골함을 찾은 결과입니다
직장부재......원인은 보름간 연락두절이겠죠.
모든일에는 원인이있습니다. 자신을 되돌아보지않고 사람들은 늘 핑개만 찾지요.
사실 원인은 자기자신의 판단과 실천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위로를 듣고싶을탠데.....
현재의 자신은 과거의 자신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관심없이 나홀로 물흘러가는대로 살면
후에 아무도없는게 당연하겠죠 미래의 나를 그려보며 주변에 관심갖고 열심히 살아보세요
힘들겠지만 수렁에 빠져있는날은 몇일이면 족합니다.
안주하면 수렁이 모래늪이 됩니다
LV guest 익명
모르는 사람은 모르니 보이는것만 판단해서 아무말이나 막하고, 아는 사람은 아는거 가지고 자의적 해석하며 무례하게 말하지요.
내맘을 정말 알아주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요?
힘내세요..
LV 2 까칠남
안좋은일은 연달아 일어나는거 같아요..
언젠간 버티고버티다보면 웃는날이 오지 않을까요..
힘내세요~!!
LV 3 Trinityevich
힘내세요.
LV guest 익명
힘내세요... 인간이 웃긴게 이런 힘든이야기듣고 제가 어떤 위로를 받네요,,

좋은일 앞으로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LV 2 insup
힘을내시고 화이팅~~~~~~~~~~~~
LV guest 익명
꾸준히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말 한 마디 건네주셨던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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