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음 글이 마지막 글이 될 거 같아요
이야기 시작 할게요
오후에 무당아주머니께서 전화가 오셨어요
제 안부를 물으시고 아무래도 제가 아프고 하니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요령을 알려주셨대요
가족들에겐 절대 알리지 말고
12시가 되면 화장대서랍에 숨겨둔 부적을 꺼내서
오른손에 쥐고 그걸 품에 안고 방문을 등지고 앉아있으라고..
12시 반이 지나고부터 잠이 엄청나게 쏟아질 건데
4시까지 절대로 잠들면 안되고, 소리도 내지 말고, 숨 죽여있어야되고....
또 제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건들이지 말고 가만히 부적만 품고 있으라고 하셨대요
4시가 되면 화장대서랍 중에 다른 곳에 부적을 숨겨두고
그 다음 날엔 오빠랑 저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가족모두 기다리라셨대요
그 날 밤이 되고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나서 엄마는 계속 저를 돌보시다가
12시가 되기 조금 전에 화장대에서 부적을 꺼냈대요
그걸 아줌마가 일러 주신 대로 오른손에 쥐고 품에 안은 채 문을 등지고 앉았는데
정말 잠이 미친 듯이 쏟아지더래요
입 안쪽 살을 깨물어가며 잠을 참고 있었는데
제가 또 엎드려서 절하는 자세를 하더래요
엄마는 놀랐지만 그냥 그 모습을 숨죽여서 지켜보고 있으셨대요
그런데 제가 전날처럼 얼굴을 처박고 손톱을 세우는 게 아니라
무슨 강아지처럼 엄마한테 기어서 와서는
엄마 옆에 강아지가 눕듯이 가만히 누워있더래요
제 행동을 보느라 잠이 좀 깬 것도 잠시이고
전 날처럼 홀리기라도 한 듯 잠이 쏟아지는데
볼을 그렇게 피가 나도록 깨무는데도
너무 졸려서 어쩌다 잠들 때도 있을 정도였대요
근데 그럴 때마다 제가 엄마다리위에 두 손을 올리고
꾹꾹 눌러서 깨우더라는거에요
그렇게 겨우 4시까지 버텼더니
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 잠들고
엄마는 가족들이 모르게 다른 서랍에 부적을 숨기고 잠드셨대요
그러고 그 다음 날 무당아줌마가 외할머니랑 함께 집에 찾아왔어요
이상하게 아줌마가 갈치를 한가득 사들고 찾아오셨는데
엄마한테 갈치를 주면서 저녁밥은 이걸로 하시라 그랬대요
갈치는 냉장고에 넣어둔 뒤에
무당아줌마랑 우리가족은 거실에 모였어요
아줌마가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집안 이곳저곳을 보시다가
갑자기 엄청 상냥한 말투로 엄마한테
'혹시.. 미미라는 고양이 기억하세요?' 하고 물으셨는데
엄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뭔가 쿵 하고 얻어맞은 기분이 드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