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작 할게요
아침에 저랑 오빠를 학교에 보내신 아빠는 먼저 여관집으로 갔어요
내려갔더니 주인할머니는 안계시더래요
새벽에 도망치듯이 집에 가셨다고..
다행히도 여관아저씨와 대화 끝에 굿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 날 주인할머니 꼴을 함께 보셨으니..
할머니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몰라요
그 뒤로 주인집할머니를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웃긴건 그 할머니 본인도 우리 집에서 그렇게 놀라서 도망치셔놓고
끝까지 우리 가족 이사는 못 가게 하시더라구요
무튼 그날 굿하는 걸 허락받고 아빠는 한시름 놓으셨대요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 몸이 너무 피곤한거에요
밤마다 잠에서 깨고 슥슥 소리도 밤새 들리고
진짜 황달 온 사람처럼 얼굴도 누렇게 뜨고
엄마가 걱정이 되서 저를 병원에 데려갔더니
스트레스 받고 많이 피로한거 같다고 했대요
근데 이상하게 가족들은 밤에 한 번도 안 깨고 잘자는데
저만 유독 하루 밤에 10번도 넘게 깨고
그 시기에 학교에서 코피도 여러 번 터지고
뭘 먹으면 자주 체했어요
피곤해서 스트레스성으로 소화불량이 자주 와서...
그러던 어느 날은 제가 엄청 아픈 날이 있었어요
그날 엄마가 밤에 저를 돌보시다가 너무 졸리시더래요
12시에 너무 졸려서 미칠 거 같은데
제가 혹시나 엄마 잠든 사이에 큰일날까봐
이를 악물고 졸음을 참으셨는데 12시 반 쯤 되니까
제가 갑자기 엎드려 눕더니 몸을 웅크리고
무슨 절하는 거 같은 자세로 한참을 있더래요
엄마는 제가 배가아파서 그러나 싶으셔서
'ㅇㅇ아 왜? 배 아프니?' 하고 저를 일으키려고 하셨는데
제가 꿈쩍도 안하더래요
보통 때면 제가 그때 몸무게가 적게 나가서
엄마가 번쩍 들 수도 있을 만큼인데
옴짝달싹도 안해서 엄마가 다급하게 아빠를 깨우셨대요
근데 아빠도 안 일어나시더라는거에요
엄마는 한 10분을 저를 어떻게 해보려고 씨름을 하시다가
너무 피곤하고 저에게 못 이겨서 나가 떨어지셨대요
근데 갑자기 제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땅에 머리를 처박고 절하는 자세로
방을 막 기어 다니기 시작했대요
손톱을 세워서 바닥을 긁으면서 다녔대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고 이상한포즈로
손톱이 바닥에 스쳐서 슥슥슥 소리 내며 기어 다니는데
엄마는 너무 무서워서 멍하니 그걸 보고 계셨대요
그 모습을 아무것도 못하고 홀린 듯 지켜보시다가 본인도 모르게 잠드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그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가시더래요
그래서 당장 외할머니께 전화 드려서 제가 아프단 것과 밤에 본 것을 말씀드렸더니
그 다음 날 당장 무당아줌마랑 함께 내려오신다고 하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