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지가, 철이 들만큼 들었고, 꽤 철학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그래도 아직 사회경험은 하나도 없는 녀석인데
너무 회의주의자같이 되어버려서 걱정입니다. 예의범절은 바르고 그런데
진심으로 '애정'이 느껴지지 않게 굴어요. 차암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이를테면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을 같이 보면서도, 패널티킥 오심 논란에
흥분은커녕... 세상에 공정한 심판이 있을 수 없는 까닭을 논평합니다.
얘야 말로, 법조계로 가면 백전백승할 태세예요. 어릴 적에 한일월드컵때도
붉은악마 응원은 시간낭비라며 신경끄고 지냈던 앱니다. 이탈리아 전에서
우리가 이겼잖아요. 다들 뛸듯이 좋아하는 판국에, 찬물 끼얹는 말이나 하고.
그렇다고 상대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니고. 편파적인 게 싫대요. 사실이 그렇다나.
매사에 공정한 경기가 아니라고 보는 거죠. 자고로 권선징악도 믿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 때나 깝죽대는 성격은 아니고, 말수도 적은 편인데........
쫌 차갑고 무서워요. 이제는 키도 커져서, 제가 감히 조언하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군요.
인생을 바라보는 그애의 관조적이고, 회의적이며, 달관한 듯한 자세가
염려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