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청와대 자료요? 아 글쎄 절대 안 준다니까!"

  • LV 8 북극정신
  • 비추천 4
  • 추천 9
  • 조회 3900
  • 2017.03.28 09:34

'기밀' 내세워 자료 안 내주는 청와대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청와대 자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에는 좌절하고 만 기자의 이야기, 오늘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후일담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지난해 11월 이런 의혹이 제기됐었죠. '박근혜 정부 초반에 침대 3개가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갔는데,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잠을 잔 것 아니냐?'

이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한 개는 이명박 정부 때 구입한 것이고, 한 개는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로 갔다. 한 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쓰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정말일까요?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으로 판명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자는 침대가 저도로 옮겨진 사실이 맞는지 직접 기록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국정농단을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에 있는 침대를 저도로 옮긴 것처럼 거짓 해명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국회의원실을 통해 국방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죠. 저도에 있는 과거 대통령 별장 '청해대(靑海臺)'의 물품 반입 내역에 대해 물었습니다. 청해대의 별장 지정은 20여 년 전에 해제됐지만, 저도는 여전히 국방부(해군)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7월 첫 여름휴가지로 떠난 저도에서 찍은 사진(출처=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그런데 해군에 따르면 청해대는 청와대 소관이라는군요. 더 이상 공식적인 대통령 별장이 아닌데도 말이죠. 청와대를 상대로 다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입니다.  

청와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박근혜 정부 들어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것이 국회 보좌진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특정 문화사업을 챙기라며 'VIP 지시사항'을 내려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돼 취재에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세월호참사 와중에도 VIP는 '문화사업'을 챙겼다 2016.11.19) 

기자가 국회를 통해 수석비서관 회의록을 입수하려 하자 보좌진들은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석비서관 회의록이요? (청와대에서) 안 줍니다. 절대로 안 줘요."

한마디로 '꿈 깨!'라는 겁니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회의록 없이도 취재를 완성했지만, 청와대의 폐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됐죠.  

청와대 전경(사진=김효은 기자)

 
청와대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감사를 받는 기관입니다. 편의상 청와대로 불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대통령 비서실과 대통령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 세 군데를 뜻하죠.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피감기관인 청와대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회의 서류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증언감정법 4조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해당 법률 4조 1항은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아놨는데,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당시에도 국정조사 위원들이 청와대 출입 기록 등을 요구했다가 거부돼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다행히 특검 수사를 통해 이른바 '보안 손님'들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죠.  

국회증언감정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대 국회 들어서만 30여 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서류 제출 요구 등을 거절한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는 처벌 규정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로 강화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현재 계류된 법안 중에는 고의로 거짓을 보고하거나, 거짓으로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도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고, 청와대는 국회의 견제를 받는 피감기관입니다. 청와대라 할지라도 국가기밀이라는 바람막이 뒤에 숨어서 '성역'으로 군림해서는 안 되겠죠.

청와대에 다시 한번 묻습니다. 더는 대통령의 별장도 아닌 청해대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박 전 대통령의 침대가 저도에 있기는 한 건가요? 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VIP 지시사항'들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나요, 아니면 특정인을 위한 것이었나요?


추천 9 비추천 4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싸이공감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이슈/토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20375 문재인 정부, 장관‧청와대 수석 누가 물망에 오르나 LV 8 북극정신 05-11 3948
20374 [단독] 성학대 들통나 폐쇄된 보육원, 간판만 바꿔 재운영 LV 8 북극정신 03-16 3946
20373 '기승전-우병우'…특임검사로 돌파해야 LV 8 북극정신 05-13 3943
20372 유시민이 "나도 어용시민이 되겠다"는 국민들에게 LV 8 북극정신 05-14 3942
20371 13년 전 박근혜 “헌재 결정 존중않는 건 체제 부정” (2) LV 8 북극정신 03-12 3939
20370 "부담이자 수치…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라고 쓰지 말라" LV 8 북극정신 04-03 3938
20369 [단독] 뭘 믿고 그들에게 재난안전 맡기나 LV 7 북극정신 01-15 3937
20368 [단독] 우병우, 이석수 특별감찰관실 감시 의혹 LV 7 북극정신 02-05 3933
20367 [단독] 블랙리스트 실행 ‘건전콘텐츠 TF’, 김기춘 질책 한마디에 급조됐다 LV 7 북극정신 01-25 3928
20366 "문재인을 잘못봤다"…시인 노혜경의 고백 (1) LV 8 북극정신 05-20 3928
20365 "조용히 해달라" 여중생 말에 격분해 주먹 휘두른 40대 체포 LV 16 아들래미 02-11 3928
20364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자유한국당 '로고'…자유총연맹? LV 7 북극정신 02-14 3926
20363 “나라가 두동강은 무슨…민심은 탄핵이죠” LV 7 북극정신 03-02 3926
20362 심석희, 이상형 김우빈 만났다..'뭘 또 이렇게 멋져, 완전 설레게' (2) LV admin 허니스 03-21 3925
20361 탄핵 뒤 ‘박근혜 동정론’은 없었다 LV 8 북극정신 03-20 3925
20360 [단독]이휘재 논란에 더 시끌..'살인충동' 층간소음 메스 댄다 LV 16 아들래미 01-27 3924
20359 '썰전' 유승민 의원 "박 대통령, 내가 사람 잘못 본 것" LV 7 북극정신 02-03 3922
20358 박근혜-삼성-최순실, 말(馬)로 얽힌 끈끈한 관계 LV 7 북극정신 03-06 3920
20357 2살 아들 살해한 '아빠'의 범행, 치밀하고도 뻔뻔했다 LV 7 북극정신 02-26 3918
20356 [단독]한밤 아파트 창가로 날아온 드론, 성관계 장면 찍고 사라졌다 LV 16 아들래미 10-07 3915
20355 [단독] 이승만 친일파 비호가 오해?…공공기관 직원교육 논란 LV 7 북극정신 02-28 3914
20354 기증 제대혈로 회장 시술한 차병원…누리꾼 '분노' LV 7 북극정신 02-04 3913
20353 자영업자 대출, 가계부채 3분의1 넘어…“폭탄 터질라” LV 8 북극정신 03-29 3912
20352 "비밀번호가 같아서"…도시가스 직원 실수에 '날벼락' LV 16 아들래미 03-16 3912
20351 '법사위 與 수문장' 김진태에 발목 잡힌 국회 LV 7 북극정신 03-01 3909
20350 박근혜 구속 여부 금요일 새벽 결론 LV 8 북극정신 03-28 3903
20349 '3배 오른 고지서 날아왔다'..현실화 된 실손보험 인상폭탄 LV 16 아들래미 02-25 3903
20348 '여자 인질 10회 성폭행하면 이슬람 개종된다' IS의 잔인성 (2) LV 5 배신녀 01-27 3901
20347 “재판관 9명 못 채우면 내란 일어날 수도” 협박까지 LV 7 북극정신 02-23 3901
20346 "청와대 자료요? 아 글쎄 절대 안 준다니까!" LV 8 북극정신 03-28 3901

조회 많은 글

댓글 많은 글

광고 · 제휴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운영참여·제안 |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 © www.uuoob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