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비스센터에서 교체되는 부품들은 A급과 R급으로 나뉩니다. A급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부품을 뜻합니다. 반면 R급은 refurbish(새로 꾸미다), repair(수리하다) 등을 의미하는 즉, 기존 제품에서 떼어내 다시 제조하거나, 불량품을 수리한 중고부품을 뜻합니다.
그런데 중고부품으로 둔갑되고 있다는 부품은 다름 아닌 컴퓨터 메인보드였습니다. 메인보드는 CPU나 메모리 등 컴퓨터의 주요 부품들이 장착되는 회로 기판으로 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삼성 데스크탑 컴퓨터의 메인보드 가격은 A급이 15만 원에서 20만 원대. R급은 A급의 딱 절반입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전현직 직원들은 R급이 A급으로 둔갑되는 일들이 암암리에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특정 메인보드의 경우, 아무리 A급 부품을 신청해도 상자에만 A급이라 붙어 있을 뿐 뜯어보면 모두 R급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소비자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전자 부품이 새것인지 헌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몇이나 될까요? 이런 허점을 이용해 세계적 기업 삼성에서도 중고가 새것으로 둔갑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