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상자를 제조해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재료 가격은 치솟았는데 재료 자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골판지상자 거래처가 가격을 올려받는 게 해결책이만 업체들은 이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이다.
31일 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골판지 포장업체는 약 100여곳이다.
기업 규모는 연간 4000억원대 매출액을 거두는 곳부터 연간 매출애기 70억원에 불과한 곳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영세기업으로 파악된다.
이 업종은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로 보호받고 있다.
업계 위기감은 작년 국내 골판지 원지(원재료) 생산량의 약 9%를 담당하는 신대양제지가 화재 사고를 겪은 뒤 골판지 원지가격이 30%가량 오른 직후부터 불거졌다.
기업들은 가격상승분만큼 원재료 구입비용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중국의 제지공장 폐쇄로 발생한 '골판지 수급 파동'이 기업들에 '2차 타격'을 줬다.
중국에서 원재료를 조달하지 못
한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원재료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
이 수출 물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국내 골판재 원자재 수출 물량은 2016년 2월 약 2만톤에서 올해 1~2월 연속 약 4만톤으로 두 배 뛰었다.
그동안 국내 원지업체들 통해 대부분 원재료를 조달하던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재료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마저 인상된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문을 닫은 기업도 생겨났다.
작년 12월에는 경기도에서 연 매출액 100억원을 벌었던 A업체가 파산했고 올해 초에는 연 매출액 150억원짜리 회사의 주인이 바꼈다.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합은 이 사태로 인해 골판지 상자 납품가격을 약 20% 인상해서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사과상자 1개의 원재료비는 약 600원이다.
업체는 600원가량의 원재료비용을 쓰고 약 1000원에 골판지 상자를 판매한다.
400원 전체가 기업들의 마진이 아니다. 여기에는 인건비, 제조비 등 여러 비용이 포함된다.
즉 사과상자를 기준으로 보면 기업들은 1250원에 납품해야 하지만 이 가격으로 상자를 사주는 기업은 아직까지 없다는 전언
이다.
골판지 상자를 납품받는 기업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전자기업, 유통 대기업 등 다양하다.
조합 관계자는 "업체별로 살아남기 위해 저가납품 경쟁이 심한데다 우리가 특정 가격대를 협의해 정하는 것은 담합이 될 수 있다"며 "원재료가 오른 만큼 골판지상자 가격이 오르지 않고 이대로 1~2개월이 지나면 폐업을 결정한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