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추위, 피로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거둘 수 없다뜨거운 분위기
즉각 퇴진”“김기춘·우병우 구속등 구호
서울 80여만명 등 전국 104만명 추산

권진원, 이은미, 디제이디오시 공연
헌재 앞에서 탄핵 인용하라촉구도

1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protected]

 

촛불은 끝까지 타오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 열린 7차 촛불집회에 서울 기준 80만, 전국 기준으로 104만명이 운집했다.

 

 

10일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저녁 8시30분 기준 서울에서 80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주최 쪽은 부산·광주 등에서 벌어진 전국 집회를 합하면 104만명으로 추산했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주 서울 170만명(전국 232만명 추산)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전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점과 영하 4도~영상 5도의 추운 날씨, 7주나 이어진 촛불집회의 피로 등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규모다.

 

반면, 경찰은 저녁 7시30분 기준 서울 도심에 12만명이 모였고, 저녁 8시 기준 부산 1만2000명, 대구 2700명 등 지역에 4만6000여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참여자들은 촛불의 힘으로 탄핵이 통과됐음을 기뻐하면서도, 박근혜 즉각퇴진과 공범자들에 대한 처벌 없이는 촛불을 끄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는 내려와라”“한순간도 용납못해““김기춘·우병우도 구속하라” 같은 구호가 터져나왔다.

 

특히 본집회 이후 진행된 2차 행진에선 헌법재판소 사거리에서 시민 3만여명이 “탄핵을 인용하라”“국민의 명령이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공을 넘겨받은 헌재의 신속한 탄핵 심판 결정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자유발언을 듣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밤늦게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시민들이 집회를 마친 뒤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시민들이 집회를 마친 뒤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앞서 오후 4시부터 행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로 몰려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열 앞쪽에서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었다. 일부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든 채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든 채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저녁 6시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본집회에선 가수 권진원과 기타리스트 함춘호, 가수 이은미씨가 무대에 올라 뜨거운 무대를 펼쳐 추운 날씨를 쫓아 냈다. 권진원씨는 <살다보면> <아리랑> 등을 부르며 “어제 국회에서 희망의 표결이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힘 위대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무겁습니다. 갈길이 멉니다. 세월호 7시간, 정경유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 묻혀진 진실들이 너무 많습니다. 여러분이 든 촛불이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비춰줄 겁니다”라고 말했다.

 

가수 이은미씨는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이여, 새롭게 태어나라!”라고 외쳤다. 그는 <깨어나> 등을 부르며 “오랜 시간 대한민국엔 청산이란 역사가 쓰여진 적이 없습니다. 어제는 제대로 된 청산의 역사가 쓰여진 첫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늘 깨어 있으시겠습니까”라고 격려하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우리 옆에 있는 분들 손도 꼭 잡아 주시고 어깨도 감싸 안아주십쇼. 더욱 멋진 대한민국 만들어주십쇼”라며 위로했다.

 

 

<수취인분명>이란 노래로 ‘여혐 논란’이 일었던 힙합그룹 디제이 디오시(DJ DOC)도 이날 4시부터 열린 사전 집회에서 가사를 고친 곡을 들고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이하늘씨는 “탄핵 가결은 첫 단추다. 박근혜와 함께 보내버릴 사람이 너무 많다. 조만간 우리가 시간 되면 명단 뽑아서 노래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광화문 앞에서 박근혜 퇴진, 남북관계 회복을 촉구하는 내용의 촛불글씨를 만들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시민들이 광화문 앞에서 박근혜 퇴진, 남북관계 회복을 촉구하는 내용의 촛불글씨를 만들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본집회에선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싱가폴 한인 시국선언단 학생들은 “우리의 촛불은 꺼져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한 것은 꼭두각시 노릇한 대통령 한 명을 직무정지 시킨 것 뿐입니다”라면서 “우리 국민은 냄비가 아닌 뚝배기의 민족입니다. 탄핵안 가결로 급한불은 껐지만 뚝배기는 아직 식지 않았습니다. 특검 조사, 정경유착, 세월호 7시간 진실 규명, 재발 대안까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마이크를 잡고 전날 국회에서 탄핵 순간을 지켜본 소감을 밝힌 뒤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촛불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 본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면서 만난 시민들. 한 가족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쓴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 본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면서 만난 시민들. 한 가족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쓴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 본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면서 만난 시민들. 한 가족이 “우리 가족은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 본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면서 만난 시민들. 한 가족이 “우리 가족은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청와대에서 100미터 떨어진 효자치안센터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들고 “박근혜를 구속하라”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청와대에서 100미터 떨어진 효자치안센터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들고 “박근혜를 구속하라”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퇴진 5대종단 운동본부에 속한 종교인들이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란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퇴진 5대종단 운동본부에 속한 종교인들이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란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박사모 어르신들 맹신은 안 돼용”이라고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규남 기자.
10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박사모 어르신들 맹신은 안 돼용”이라고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규남 기자.

 

저녁 7시, 1분간 촛불이 꺼졌다. 사회자는 어둠 속에서 떠난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최강서, 이운남, 이호일. 박근혜 당선 직후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입니다. 고창석, 이영숙, 권혁규, 박영인, 남현철, 허다윤, 조은화, 양승진, 권재근. 세월호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 이름입니다. 김관홍, 최종범, 염호석, 한광호, 송국현, 백남기, 김주영. 박근혜 정권 아래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파주의 남매, 송파 세 모녀, 구의역 19살 청년.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 분들이 길을 열어주셨기에 오늘 이 광화문에서 촛불항쟁이 가능했습니다.”

 

 

한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극우단체들은 이날 오전 탄핵 무효 시위를 열었다. 오전 11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상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상임대표는 “이번 탄핵 사태는 한마디로 민중혁명 상황이다. 종북 좌익 세력이 민중혁명 완성하기 위해 철저히 행동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인민민주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228개 중대 1만8200명의 경력을 투입한 경찰은 오후 1시20분 집회에 참여한 최대 운집 인원이 4만여명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김규남 박수지 방준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