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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폭행' 지적장애인 태권도 사범 꿈 짓밟은 관장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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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0 22:08
전형적인 '그루밍' 수법으로 지적장애인을 상습 성폭행한 50대 체육관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피해 여성은 체육관장을 롤 모델로 삼아 태권도 사범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영철 부장판사)는 20일 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53) 씨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에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지설 등 5년간 취업 제한, 보호관찰 5년도 선고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경북 포항의 태권도학원 관장인 A씨는 2012년 8월 학원 승합차에서 지적장애인 B(당시 18세) 씨의 신체 중요부위를 만지고, 이어 같은 해 겨울에는 승합차를 인적이 드문 곳에 세우고 성폭행하는 등 2014년 말까지 12차례에 걸쳐 B씨를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의 사회연령(사회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능력들을 나타내는 생활 연령)은 12.2세였다.

A씨는 B씨가 거절하면 폭력을 행사했으며, 2015년 겨울에는 B씨가 승합차 탑승을 거절하고 도망치는 것을 붙잡는 과정에서 B씨의 코에 상처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B씨가 수년 동안 성폭행당했음에도 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은 그루밍(grooming) 성범죄였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B씨는 중학교 3학년 시절 태권도를 배우고자 A씨의 학원에 등록했다. B씨의 어머니는 태권도 단증을 따면 대학 진학이 가능하고 4단 단증을 취득하면 태권도 사범을 할 수 있다는 A씨의 말을 믿고 딸을 맡긴 것이다. 고교 시절까지 A씨와 B씨는 스승과 제자로 신뢰를 쌓았고, 태권도 전공으로 대학도 진학했다.

이후 B씨의 부모가 부득이 서울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B씨는 A씨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점에서 A씨의 범행이 시작됐지만 B씨는 보복이 무서워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 더욱이 B씨는 자신의 이모와 함께 살았지만 A씨와의 일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속앓이만 했다.

A씨는 B씨에게 범행을 저지른 뒤 원하는 것을 들어줬으며, 거부할 때는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리적으로 압박을 줬다. B씨에게 A씨는 롤 모델이자 성폭행 가해자였던 셈이다.

B씨는 2016년 대학 졸업 후 가족이 있는 서울로 가 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 이를 신고했으며, A씨는 일부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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