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단독] 보안사 ‘5·11분석반’, 5·18수사관들 입막음하려 사찰까지

  • LV 8 북극정신
  • 비추천 1
  • 추천 8
  • 조회 4020
  • 2017.05.17 10:42
광주 청문회 뒤 ‘변절’ 차단 목적
헌병·안기부·경찰 등 전현직 80명
행사 열어 회유하고 지속적 뒷조사

 
5·11분석반 자료 중엔 80년 5월 당시 전남 합수단 수사관을 지낸 ㅁ씨를 사찰한 내용이 담긴 문건.
5·11분석반 자료 중엔 80년 5월 당시 전남 합수단 수사관을 지낸 ㅁ씨를 사찰한 내용이 담긴 문건.
“주민들과 접촉 시 헌병 상사 출신임을 과시하며 주민들에게 고압자세라는 평.”

 

<한겨레>가 확보한 5·11분석반 자료 중엔 80년 5월 당시 전남 합수단 수사관을 지낸 ㅁ씨(전남 보성 출신)를 사찰한 내용이 담긴 문서가 있다. 80년 5·18 당시 헌병 상사였던 그는 합동수사본부 일원으로 5·18수사에 참여했다. 이 문서엔 그가 ‘82년 6월 상사로 예편하고 한달 뒤 처가가 있는 강원도 횡성으로 이사해 소규모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85년 원주시로 옮겨 양계장을 경영하며 닭 4천~5천마리를 사육하는 동향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됐다. ㅁ씨에 대해 “양계장 일이 바쁘기 때문에 타지 출타가 별로 없다하며 필요시 추가 동향 내사가 가능”이라고 보고했다. 이 사찰 의혹 문건의 결재자는 손 글씨로 ‘계속 관심 제고’, ‘지속적 접촉’이라고 지시하고 있다.

 

 

5·11분석반은 합동수사본부에 참여해 5·18 수사를 한 이들의 “변절 방지”를 위해 회유하고 사찰했다. 5·11분석반 운영 실태 등의 관련 자료를 보면, 5·11분석반은 89년 12월 국회 광주 청문회가 끝난 뒤 합동수사단에 참여해 5·18 수사를 한 인사들로 ‘정수동지회’(회장 서아무개씨, 고문 최아무개씨)를 설립한다. 최아무개씨는 보안사 대공처장 출신으로, 1982~84년 학생운동 출신 강제징집자 등을 대상으로 벌인 이른바 ‘녹화 사업’ 관련자로 알려져 있다. 서아무개씨는 “광주 505보안부대 중령으로 80년 5월16일 보안사 대공처장 이학봉 대령에 의해 긴급소집돼 서울에 다녀온 뒤 광주지역 재야인사 사전 검거를 지시했던 인물”(허장환 성명서)로 알려져 있다. 

 

 

정수동지회를 만든 것은 “(5·18)합동수사 참여자의 변절 방지 활동”을 위해서였다. 5·18 당시 광주505보안대를 주축으로 검찰·안기부(국정원)·경찰 파견인사 등으로 꾸려진 전남 합동수사단은 80년 5·17 계엄령 전국 확대 이후 포고령 위반자 및 내란 소요사건 등을 수사했다. 전남 합수단은 모두 80명이었다. 보안사 현역 11명과 퇴직 8명, 헌병 현역 6명과 퇴직 14명, 안기부 현역 3명과 퇴직 4명, 경찰 현직 20명과 퇴직 4명, 군 검찰 퇴직 7명, 검사 현직 3명 등이 참여했다. 5·11분석반의 문건엔 “변절 방지 활동으로 전 대상자 동향 파악 및 유대 형성(소재 불명자 3명)”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특히 퇴직자 변절 방지 주력하고 단합 대회 등으로 소신 및 자긍심 주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변절 방지를 위한 단합 행사를 서울과 광주에서 8차례 열었다. 5·11분석반 문건을 보면, 서울에선 최아무개씨 주관으로 88년 9월20일(26명), 89년 1월6일(22명), 5월26일(26명), 12월22일(22명) 네차례 행사가 진행됐다. 광주에서도 ‘610부대장’ 주관으로 4차례 열렸다. 88년 8월24일(34명), 89년 9월8일(55명), 89년 12월29일(34명), 90년 1월 등이다. “만찬 및 여흥 실시 후 선물 제공”도 이뤄졌다. 이 문건엔 △합수 활동의 정당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역사적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는 자긍심 및 동지감 주입 △시대 상황 변화에 동요치 않도록 확고한 소신 독려 등을 과제로 들었다.

 

 

보안사가 전남 합동수사단에 참여한 인사들을 ‘회유·사찰’에 나선 것은 5·18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국회 광주 청문회 과정에서 전남 합동수사단 관계자의 양심선언이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보안사 광주지부 수사국 수사관 출신 허장환씨는 1988년 12월 6일 평화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80년 5월21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직접 광주에 왔다는 사실을 505 대공과장 서아무개 중령을 통해 들었다”고 증언해 큰 파장이 인 바 있다. 

 

이번에 <한겨레>가 확보한 5·11분석반과 보안사의 합동수사단 관계자 사찰 동향 문건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보안사는 1990년 당시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자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80년대 대규모 불법 민간인 사찰을 일상적으로 했다. 이 때문에 보안사와 5·11분석반이 5·18 수사에 참여한 전현직 관련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사찰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정대하 기자 [email protected] 



추천 8 비추천 1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싸이공감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이슈/토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20435 가와사키 ZX-10R, 슈퍼스포츠의 톱클래스에 서다 (3) LV 4 제이앤정 08-24 4097
20434 흔히 '국뽕' 이라는말... (20) LV 3 츠바쿠로 05-18 4096
20433 욕설·엉덩이만지고튀기…사진 찍어두세요 LV 10 아들래미 03-19 4095
20432 "교실서 교사 불륜행각" 전북교육청 발칵…감사 착수 LV 16 아들래미 12-28 4093
20431 박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빤한 수법 5가지 LV 7 북극정신 02-11 4092
20430 40년 정든 사진관 밀어내는 망리단길 ‘싫어요’ LV 12 아들래미 03-08 4086
20429 '文 프리허그' 비난 대변인, 여성 항의에 "양념?" 논란 (1) LV 8 북극정신 05-09 4086
20428 [종합]유신독재 잔재 '새마을기' 광주서 모습 감춘다 (1) LV 11 아들래미 02-14 4081
20427 "건포도 여기 있잖아"…의붓딸 가슴 만진 40대 새아빠 LV 16 아들래미 11-01 4076
20426 나랑 섹스 할래? 수학공부 할래? 친딸 성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린 엽기 아빠 (14) LV 3 하양바당 03-05 4074
20425 [단독]“달리는데 갑자기 차에 불 붙어… 처음에는 인지 못해” LV 15 아들래미 12-30 4074
20424 영혼없는 김문수의 행보…탄핵찬성에서 돌연 탄핵반대 LV 7 북극정신 02-07 4072
20423 ‘남사친’과 동침이 당당한 여자친구 (4) LV 9 북극정신 08-01 4070
20422 ‘박근혜 퇴진’ 세종대왕상 기습시위 신학생들 ‘무더기 벌금형’ 고통 LV 8 북극정신 03-29 4069
20421 예비군이 봉? …전투모 현금 강매 논란 LV 8 북극정신 03-13 4063
20420 洪 중심 보수 재결집…바른정당發 판세 변동에 文 '비상등' (1) LV 8 북극정신 05-03 4063
20419 [단독] 대낮 여대 앞 통학로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행 LV 11 아들래미 02-14 4057
20418 대통령 방문일정이 곧 국정…경찰서는 '땡전뉴스' 중 (1) LV 8 북극정신 03-09 4055
20417 "소설쓰고 있다" vs "당신도 교수냐"…'막장' 이대교수들 LV 8 북극정신 05-01 4051
20416 "옆집 고3, 청국장 자제해달라며 쪽지를 보냈습니다" LV 15 아들래미 10-07 4051
20415 [단독] 우병우 “해경 상황실 서버 수색 말라”…세월호 수사팀에 압력 LV 7 북극정신 12-20 4048
20414 임은정 검사, 이재용 영장기각에 "계속 두들기면 허물어질 것" LV 7 북극정신 01-22 4041
20413 [단독] 국정원, 글 한건당 20대엔 2만5천원, 30대엔 5만원 지급 LV 8 북극정신 04-17 4036
20412 [속보] 1073일 어둠을 뚫고…세월호 물위로 떠오르다 LV 8 북극정신 03-23 4026
20411 [단독] 전경련, 사회공헌기금 25억 보수단체에 쏟아부었다 LV 7 북극정신 02-06 4021
20410 [단독] 보안사 ‘5·11분석반’, 5·18수사관들 입막음하려 사찰까지 LV 8 북극정신 05-17 4021
20409 '성관계 불법 촬영에 감금' 20대 남성… 구속영장 기각 LV 16 아들래미 09-24 4020
20408 2013년 신종 왕따 수법 (45) LV 3 OR0510 05-27 4018
20407 한반도 온다던 칼빈슨호, 정작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LV 8 북극정신 04-20 4017
20406 강남 철거현장 붕괴…매몰자 전원 구조 LV 8 북극정신 04-22 4015

조회 많은 글

댓글 많은 글

광고 · 제휴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운영참여·제안 |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 © www.uuoob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