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출처]한국인 수상자가 올해는 나올까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노벨문학상 시즌'에는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최근 번역 작업이 꽤 활발하게 이뤄지고는 있습니다만, 우리의 번역 현주소는 아직도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많이 미흡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해외에 번역된 한국 책들이 얼마나 있나 조사해 봤더니 3천 3백여 종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웃 나라 일본은 2만 종 이상이 번역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중국이나 일본 문화는 일찍부터 서양에 알려져서 한국보다 100년 이상 앞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에 중국학, 일본학 연구자들이 많고, 자연스럽게 중국문학 일본문학 전문가와 번역가들도 많이 배출됐습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해외의 일본학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학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건 최근이고, 한국 문학 전문 번역가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 한국문학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겁니다.
해외에 가보면 아직도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언어, 문자를 쓰고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한국 문학은 물론이고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한류와 맞물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왜 중국 일본은 상을 타는데 우리는 못 타느냐'고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에선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가 수상했고, 중국은 프랑스 국적인 가오싱젠(2000년)에 이어 지난해 모옌이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번역이 덜 되어서 한국에서 아직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안 나오고 있다고 분석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번역 작업을 오래 전부터 지원해온 대산문화재단의 곽효환 사무국장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우리는 90년대 말부터 역설적으로 창작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지금 작가는 좋은 작품을 따라 읽는 독자층이 무너진 상태에서 혼자 작품을 쓰고 있는 거라고요. OECD 꼴찌 수준인 독서량 통계도 이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자국 독자들도 안 읽는 책을 해외 독자들이 어떻게 읽겠어요. 한국에서 많이 읽혀야 해외 출판사도 관심을 갖고 번역 출간에 나서게 되지 않겠습니까. 한 작가는 '평소엔 책 한 권 읽지도 않다가 노벨문학상 시즌만 되면 왜 우리 나라는 상을 못 타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들이 하도 경쟁이나 순위 매기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노벨문학상도 무슨 국가별 대항전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