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에게 한국은 4위에 해당하는 시장이다.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관세 철폐로 에르메스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다소 인하했을 때에도 루이비통코리아는 거꾸로 가격을 올렸다.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은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한국에서 판매 가격을 유달리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판매 가격은 프랑스 파리의 가격보다 30%가량 높다. 게다가 잘 팔린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서는 매장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 10년간 기부 기록을 살펴보았다. 10년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1천3백46억원이다. 이 가운데 기부금으로 내놓은 금액은 1억1천9만원(0.08%)이다. 지난 2008년에는 3백만원이라는 초라한 기부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벌어가는 돈에 비해 한국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이 턱없이 적다.
버버리코리아는 지난 2009년(2009년 4월~2010년 3월) 매출 1천8백49억원에 순이익 2백5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고, 8천3백12만원을 국내에 기부했다. 매출의 0.05%에 해당한다. 구찌코리아와 페라가모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의 0.01%, 0.03% 수준인 3천7백29만원, 2천7백47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벤츠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한 대당 평균 가격은 7천만원가량이다. 이 차를 지난해에 1만6천여 대를 팔아 무려 1조1천2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80%가량 급신장했다. 하지만 벤츠가 한국에 기부한 금액은 3천56만원에 그쳤다. 차 한 대 값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는 0.0027% 수준으로 업계 최저치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국내 외제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BMW코리아는 어떨까. 지난 5년간 올린 순이익 1천1백70억원의 60%인 7백2억원을 대주주인 BMW홀딩스에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9백45억원, 순이익 4백80억원을 올리며 승승장구했고, 기부금으로 출연한 금액은 8억8천6백14만원(매출 대비 0.08%)이었다. 한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매출 대비 0.005%인 4천2백만원을 기부했다
하이네켄 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60억원인 하이네켄 코리아는 영업이익의 77.5%인 124억원을 100% 지분을 보유한 네덜란드 모회사(Heineken Brouwerijen B.V)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프랑스 페르노리카 계열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은 지난해 3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이 가운데 65.1%인 244억원을 프랑스 지주회사(Allied Domecq(Holdings) PLC)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하이네켄 코리아는 기부금을 낸 기록이 없었고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의 지난해 기부금은 영업이익의 0.53%인 2억원이었다.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기부금은 각각 5400만원, 800만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각 0.05%, 0.04%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국내 기업 44만23개 업체가 지출한 접대비는 7조6천6백58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1천7백42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명품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지점 법인에 불과하다. 모회사가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개척할 때 국내 기업보다 환경이 척박한 점도 있다. 이럴 때 직접적이고 빠른 효과를 기대하려면 솔직히 기부보다는 접대를 택하게 된다. 법인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세금을 내고 이익도 계속해서 올려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 외국 기업의 접대비 현황은 기부금과 판이하게 다르다. 접대 비용이 기부금의 17배에 달한다.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한 외국 기업 1천4백20개 업체가 쓴 접대비는 총 6백22억4천100만원이다. 한 개 업체당 4천3백83만원을 접대비로 지출한 셈이다. 지난 2009년 접대비가 5천51만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낮아진 셈이지만 여전히 기부금과는 간극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