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분향

  • LV 7 공미니
  • 비추천 0
  • 추천 10
  • 조회 3872
  • 2017.07.09 00:10

어느 장마철, 와병생활을 이어가던 노파가 홀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부전.

 

의심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골 마을이라 경찰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범죄는 아닐 것이라고 빠르게 판단하고 검시 없이 장례식을 허가해줬단다.

 

장례식 당일, 8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했고, 식은 무사히 치뤄졌다.

 

스님이 경을 읊고, 상주부터 분향을 하게 되었다.

 

 

 

친족들과 지인들이 쭉 늘어서, 고인을 그리워하며 향을 올렸다.

 

그러던 도중, 어느 친족이 분향줄에 섰다.

 

고인의 조카뻘 되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 순간, 단상의 초가 전부 격렬히 타올라 불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풍인가 싶어 창문을 바라봤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들 웅성거리는 사이, 조카뻘 되는 남자가 영정 앞에 서서 향을 들고 이마까지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모든 초가 훅 꺼져버렸다.

 

모두 당황해서 단상을 바라봤다.

 

스님은 신경쓰지 않고 경을 계속 읊고 있었다.

 

 

 

그러자 왼쪽에 걸려있던 무거운 놋쇠 촛대가 꺼진 초를 꽂은 채 힘차게 날아가더란다.

 

마치 누군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것처럼, 낮게 깔린 채.

 

순식간에 장례식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조카뻘 되는 남자는 뭐라 말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우물댔고, 다른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하지만 스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한층 더 큰소리로, 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독경을 이어갔다.

 

조카뻘 되는 남자는 스님의 독경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허둥지둥 분향만 마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눈앞에서 일어난 괴현상에, 장례식장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단다.

 

상주인 장남은 스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요?] 라고 물었다.

 

하지만 스님은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뭐, 한달 정도 지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곧 조카뻘 되는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파의 통장과 인감, 집문서를 마음대로 유용하던게 들키는 바람에 살인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장례식이 있고 한달 가량 지난 뒤 일이었다.

 

 

 

그 스님은 그제껏 인사치레에 서툴러 시주하는 이들에게 영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평가가 확 높아져 지금은 노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큰 절이 되었다.


추천 10 비추천 0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싸이공감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공포게시판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조회 추천
1098 [2ch괴담] 위대한 옛 존재의 강림 (3) LV 3 x르네x 5299 10
1097 [2ch괴담/펌] 경찰관의 지시 (4) LV 3 x르네x 5945 10
1096 [2ch괴담/펌] 유령을 보았다 (2) LV 3 x르네x 5618 10
1095 [2ch괴담] 온마시라의 의식 (3) LV 4 x르네x 5665 10
1094 [2ch괴담] 혼잣말을 되뇌는 아저씨 (3) LV 4 x르네x 5777 10
1093 [2ch괴담] 미닫이 문 (2) LV 4 x르네x 5366 10
1092 [2ch괴담/펌] 사채 수금업자 (5) LV 4 x르네x 5788 10
1091 [2ch괴담/펌] 결핍감 (5) LV 4 x르네x 5425 10
1090 어린이날 LV 5 공미니 6096 10
1089 택시 LV 5 공미니 6051 10
1088 분향 LV 7 공미니 3873 10
1087 할머니의 제사 LV 7 공미니 3927 10
1086 강 너머 전우 LV 7 공미니 4360 10
1085 붉은 옷을 입은 여자 LV 7 공미니 4338 10
1084 돌밭 길의 요괴 LV 7 공미니 3756 10
1083 김해 삼방천 귀신 이야기 (1) LV 2 호날두마리… 3563 10
1082 모든건 순간이다 (1) LV 18 시네마천국 1229 10
1081 부부가 한밤중에 방문했던 미스테리한 한식당의 정체 ㄷㄷㄷ.JPG (8) LV 2 조이준 2358 10
1080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3-4 (13) LV 1 웅이아부지… 5336 9
1079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8-2 (16) LV 1 웅이아부지… 5618 9
1078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9 (9) LV 1 웅이아부지… 6648 9
1077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9-1 (15) LV 1 웅이아부지… 8154 9
1076 귀신보는 친구이야기 11-2 (21) LV 1 웅이아부지… 6238 9
1075 귀신보는친구 시즌3 2화 gogo-펌글 (19) LV 1 바브팅구 4779 9
1074 귀신보는 친구 시즌3 13편 연재 - 펌글 (바브팅구펌) (14) LV 2 바브팅구 4954 9
1073 귀신보는 친구 시즌3 24편 연재 - 펌글 (바브팅구펌) (10) LV 2 바브팅구 4459 9
1072 마침내 그날[주의] (8) LV 2 오로다 4407 9
1071 [펌] 고양이와 새우깡 (13) LV 3 오로다 5007 9
1070 [펌] 저주 (7) LV 3 오로다 5060 9
1069 군대공포실화(펌) (8) LV 2 해솔이아빠 6231 9
광고 · 제휴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운영참여·제안 |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 © www.uuoob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