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이 비덱에 80억 송금 직후 여러차례 압력”
6일 특검과 공정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사무처장·경쟁정책국장·기업집단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2015년 말 공정위에 여러 차례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외압 일지’를 확보했다.
메모는 특검이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됐는데, 특검은 이 일지를 작성한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ㄱ서기관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서기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외압 관련 의혹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청와대가 2015년 7월 삼성 합병 뒤 순환출자 문제가 불거질 것에 대비해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한 삼성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정위가 삼성이 합兵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되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구속)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에는 삼성 합병안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를 통과한 2015년 7월10일 ‘경제정책위원회’라는 글씨와 함께 당시 합병을 반대한 ‘엘리엇’의 이름과 ‘정관개정 필요’ ‘5% 신고 규정’ ‘순환출자 해소’ 등의 메모가 적혀 있다. 그해 12월 금융감독원은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5% 룰’(주식 대량 보유 공시의무)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검은 청와대가 공정위에 외압을 행사한 시기가 삼성이 최씨 모녀 소유의 비덱스포츠에 80억원을 송금한 직후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지성 실장 등 미래전략실 고위 간부들은 특검 조사에서 처음에는 최씨 일가의 존재를 모른다고 부인하다가 특검팀이 임원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하자 ‘2015년 8월에 최씨를 알았다’고 번복한 바 있다.
한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특검법에 명시된 14가지 수사 상황이 아직 조금 부족한 상태”라며 수사기간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7일 기소할 예정이다.
서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