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뀌는 트럼프…차기 대통령은 트럼프 연구부터 해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29일(한국 3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CBS노컷뉴스는 미국 내 주요 한반도연구기관인 존스홉킨스대 한-미 연구소 전문가들을 만나 지난 100일간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평가하고, 이것이 한국의 차기 정부에 던지는 의미를 살펴봤다. 

인터뷰에 나선 구재회 소장은 현재 한-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또 한-미 연구소의 데니스 할핀 객원연구원은 과거 국무부 외교관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한 동아시아 전문가다. [편집자 주] 

◇ "트럼프 100일은 미완성"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데니스 할핀 연구원은 대뜸 '미완성'(incomplete)이라고 답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 오바마 케어 폐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추가 분담요구 등 트럼프 대통령이 100일 안에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공약 가운데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재회 소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 보좌진들은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배우는 중’(on the learning curve)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대통령이 되고 보니 연방의회는 물론 사법부에서도 자신의 행정명령이 가로막히는 등 자기 마음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구 소장은 초창기에는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트럼프 정권이 이런 '배움 곡선'의 선상에서 "재앙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미완성이고 현실을 배워가는 선상에 있다면, 미국이 대북정책을 비롯한 동아시아 정책을 만들어가는데 우리 차기정부가 어느 정도 참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특히 한반도 문제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닫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자주 논의하고 조율해나간다면 미국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상황에 따라 바뀌는 트럼프의 말…발언의 배경을 주목해야

그러나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사드 비용을 한국에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과의 수싸움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러나, 지난 100일을 돌이켜보면 상황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할핀 연구원의 견해다.  

할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이런 말을 하고, 다음날에는 또 다른 말을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하는) 상황에 따라 발언은 바뀐다"고 말했다. 발언 그 자체보다는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나 중국과의 정상회담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의 나라를 공격하면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트럼프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에는 일본과의 무역적자 문제를 공격했고, 시진핑 주석과 만나기 전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한참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나 시진핑 주석을 '친구'로 부르면서 친근감을 나타내고 있고,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도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조속한 정상회담을 추진해 무엇보다 한미 양국 정상 간에 개인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구 소장은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새 행정부는 앞으로 전례 없이 예측하기 힘든 미국의 행정부와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라는 예외적인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인 신뢰와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북한문제, 안보문제 서두르면 역효과…트럼프 알아가는 시간부터 가져야"

구재회 소장은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곧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너무 성급히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나면 실무적 차원에서 접점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워싱턴이 한국 대통령을 편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북한 핵문제는 당장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 그것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알아가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할핀 연구원도 우리의 정책을 성급히 트럼프에게 강요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국내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핀은 "과거에는 북한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일반 공장 노동자들도 이제는 김정은을 잘 알고 있다"며 "김정은은 매일 TV뉴스에 나오고 있고, 항상 미사일과 함께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미국인들에게는 삼촌과 형을 암살하고, 몇 년 안에는 미국 본토에 핵탄두나 화학무기를 실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매우 사악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방어를 강조하며 강경한 발언을 할 수밖에 없고, 북한과의 대화나 경제적 지원 등은 트럼프가 대놓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는 점도 한국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할핀 연구원은 설명했다.

구 소장은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단 북한 문제는 일단 한반도 비핵화 등 커다란 부분에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논의하고,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만한 이벤트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텍사스에서 만난다면 어떨까요? 거기서 양국 정상이 미국산 원유구매 계약 같은 것을 하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여줄 것이 생길 것이고, 우리는 한미FTA의 장점을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