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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당해도 '업계 블랙리스트' 무서워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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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07 09:22

"사장 한 마디면 나가서 취직할 데 없다" 윽박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자료사진)

 

현대자동차 등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구체적이지 않은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경우 업계 취업을 막겠다고 협박해 논란을 빚고 있다. 노동자들은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포 때문에 명백한 부당해고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지난 2014년 10월, 20여 년 동안 터전으로 삼았던 울산 생활을 정리하고 자녀 둘과 함께 충남 서산으로 이사한 나 모(47) 씨는 이곳에서 현대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코넥에 재취업했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는 가공보전팀장으로 일한 지 1년 만에 사장으로부터 포상금을 3번이나 받는 등 좋은 실적을 냈다. "가공보전팀장이 회사에서 일을 제일 잘 한다"는 말도 들었다.

지난 해 5월부터는 가공생산팀장에 가공보전팀장까지 동시에 맡게 되면서 업무량까지 폭증했다.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이 잦았고 휴일도 따로 없었다. 그렇게 일해서 4개월 뒤에는 불량 건수를 0으로 만들긴 했다.

◇ 사직서 강요하며 "동종업계 취직 못 한다" 

하지만 사측은 그해 12월 갑자기 중국 법인으로 발령을 낼 수도 있다고 하더니 급기야 미리 준비한 사직서를 나 씨에게 내밀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황당했던 그는 사장에게 해고 사유를 물었지만 납득 가능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코드가 맞지 않다"든가 30만 원의 포상금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든지 하는, 법적 해고 사유로 부족한 이유들뿐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사측은 자진퇴사 형식을 갖추기 위해 사직서를 재차 강요했다. 권고사직 형태로 순순히 나가지 않으면 향후 취업까지 막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인사팀장은 "동종업계에서 사장님 한 마디면 나가서 취직할 데가 없다"며 "'꼬리표'가 달리지 않도록" 처신하라고 강요했다.

특히 해고에 반발했다 결국 취업에 실패했던 전임자를 예로 들며 "현 사장이 현대 출신인데 현대계열사에 취직을 할 수 있었겠냐"며 "(그렇게 회사를 나가는) 뒷모습이 안 좋으면 도와주지는 못해도 해코지는 할 수 있다"고 윽박질렀다.

실제로 현대차 등 납품 기업이 한정된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사측에 찍히면 다른 회사 취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취업담당자들끼리는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며 노동자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한다. 당장 나 씨도 "(다른데 이력서를 내면) 나한테 전화가 안 오겠어?"라는 얘기를 인사팀장으로부터 들었다. 

◇ 재취업 공포에 동료 증언 확보도 어려워 

'평등노동법률사무소' 김민 노무사는 "유사업종들 사례를 보면 납품 단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업체들끼리 회의를 하곤 한다"며 "증거가 될 수 있는 블랙리스트는 만들지 않겠지만 취업 제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측은 나 씨가 사직서 제출에 응하지 않자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 1월 초 무보직 대기발령을 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사장이 영입 했다는 직원이 나 씨 자리에 채용됐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기 사람을 앉히려고 나 씨를 자른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무보직 상태에서 나 씨는 자재가 쌓여 있는 회의실에서 한 달 이상을 보냈다. 컴퓨터 한 대 없는 공간에서 업무 향상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되 현장에는 접근하지 말라고도 했다. 부당해고 관련 증언을 확보하려 했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동료들로부터 협조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박성우 회장은 "특히나 인력풀이 한정돼 있는 업계에서는 노동자의 쉬운 해고를 위한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노동자의 구제를 위해 동료의 증언조차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재로써는 피해 노동자가 외롭게 부당해고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넥 측은 "사측 입장에선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소소한 일들이 쌓였다고 판단해 진행된 일"이라면서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고 나 씨 취업도 잘 안된다고 해서 복귀시키려던 참"이라고 했다. 동종업계 취업 제한 협박에 대해서는 "협상을 위한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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