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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매물

  • LV 2 dnj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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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4184
  • 2014.03.03 21:44
대학시절, 나는 부모 슬하를 떠나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오로지 저가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사건이 있었던 집이라도 딱히 상관없었다.
근본부터가 현실주의자라서 귀신 같은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서운 이야기는 참 좋아해서 유령이 있다면 실제로 만나 보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다.
 
 
 
 

내가 찾아낸 집은 사연 있는 매물이었다.  
입주한 여성이 욕조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어진지 30년이 넘는 목조 아파트였는데, 건물 안팍 할 것 없이 너덜너덜했다.
다른 방도 집세가 참 쌌지만 유독 이 방만 집세가 2만엔까지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매력적인 가격에 낚여 즉각 입주를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부동산에 단지 재미삼아 물어보았다.
 
"정말 귀신이 나옵니까?"
"그게 말입니다...이런 저런 말씀들은 하시는데, 손님이 입주 하시기도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선입견 같은게 생기시지 않을까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환각 같은걸 보실 수도 있으니까요.."
 
이전에 입주했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봤다고 한다.
만일 내가 입주 하고도 뭘 본다면, 그리고 내가 본 것이 다른 입주자들의 이야기와 부합 한다면 정말 귀신이 나오는 곳이라는 증거가 되지 않겠냐는 아저씨의 설득에 나는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기로 했다.
 

 
  
 
 
 

여자가 자살했다던 그 문제의 욕조는 상당히 낡았었고 바닥과 욕조의 사이에 틈이 있었다. 욕조와 연결된 물을 데우는 기계는 연식이 오래되서 그런지 미지근한 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여자가 욕조 안에 들어가 자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다리를 굽히지 않으면 들어갈 수조차 없는 좁디 좁은 욕조 안에서 무릎을 그러 안고 목을 꺾어가며 죽을 때까지 물에 얼굴을 담그다니.
그 여자는 도대체 왜 이런 괴로운 방법으로 죽으려고 했을까. 
어떻게 불편한 그 자세를 죽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이상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여자가 고개를 든다.
머리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수면 위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녀는 목만을 움직여 나에게 시선을 향한다.
나는 머리 속에서는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자가 자살하는 광경을 상상했다.
 
 
 
 
 
 
 
 
밤이 되니 역시나 꺼림칙 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불안함과 공포가 빚어져 갔다.
이불의 근처에 무심코 두었던 비닐 봉투가 다리에 닿았다.  
짜부러진 비닐 봉투는 수백초의 시간을 들여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부스럭.....부스럭.....

 
 
비닐 봉투가 간헐적으로 소리를 냈다.
평상시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그 소리가 밤이 되니 불길하게 들려, 나의 몸은 경직되어 갔다.
나는 어두운 목욕탕에 그녀가 있는 광경을 상상한다.
단순한 상상에서도 인기척 비슷한 것을 느끼는 일은 자주 있다. 머리카락을 감을 때 등 뒤에서 기척을 느꼈던 경험은 누구라도 한번 씩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은 영감(霊感)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 한다.
 
공기가 굳어가는 느낌.
그것은 나의 뇌가 빚어내는 작용. 그저 나 혼자만의 기분 탓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기분 탓이건 아니건 이러한 기분들은 무시하기 상당히 힘든 것이라, 나는 상당한 긴장하고 있었다.
극도의 긴장이 오히려 환각을 불러냈을 지도 모른다.  
이전의 입주자들도 다들 그랬던게 아닐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친 바로 그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부글부글....
 
 
 
 
배수구로 물이 빠질 때 공기가 새는 그 소리.
이웃 집에서 목욕탕을 사용했나?
아니다. 소리는 그보다 가까이서 들린다.
배수구 안에서 흐릿한 환성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갓난 아기가 처음으로 터뜨리는 울음소리와 닮아 있었다.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에서는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날카롭게 소리 높여 울어제끼는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는 약동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배수구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알린다기 보다는 세상을 저주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불을 켰다.
그러자 환성 소리는 뚝하고 멈춘다.
열려있는 문 사이로 나는 목욕탕안을 잠시동안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없는거야. 
 
공포에 잔뜩 위축된 나는 요의를 느꼈다. 
TV를 켜 조금 긴장을 완화시킨 후 조심조심 목욕탕에 다가갔다.
목욕탕 바닥은 바싹 말라있었다. 아무 이상도 없다.
그러나 일을 본 나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CF가 끝났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TV는 끝적 없는데....... 
 
 
 
 
 
 
보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났다.
날아가듯 화장실에서 뛰쳐나와서 TV를 확인해보았다.
꺼져있었다.
리모컨을 눌러보아도 스위치를 눌러보아도 TV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보글........
 
 
 
 
 
 
 
배수구 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나는 잠옷 바람으로 방에서 뛰쳐나왔다.
누구에게도 이 일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사건이 있었던 매물인줄 알면서 입주한 내 책임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방으로 돌아왔다.
TV 스위치를 눌러보니 문제 없이 잘 켜졌다.
그 것은 환청이었을까.
나는 찜찜한 마음으로 일단 학교에 갔다.
 
 
 
 
 
 
 
 
 
 
 
 
그 날밤은 불을 켜둔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다.
어젯밤에 들렸던 환청은 들리지 않았다.
피곤했던 탓인지 금방 잠이 들었다.
 
 
 
나는 목욕탕 거울 앞에서 머리를 깎고 있었다. 쉐이버 크림에는 곰팡이 같은 것이 섞여있어서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머리를 깎았다.
면도기를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져 구르던 면도기는 그만 욕조사이의 틈 속에 들어가 버렸다.
나는 엎드려 틈새를 들여다 보았다. 
 
좁은 틈새 사이로 시꺼먼 물체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틈새에서 손이 뻗어 나와 나의 팔을 움켜쥐었다.
지독한 썩는 냄새때문에 토할 것 같았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다.
내 팔이 틈새에 삼켜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
내 팔에는 손 모양으로 멍이 들어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역시 그렇군요. 입주하셨던 분들 다 같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부동산에 의하면 자살한 그 여자는 수입 대행업체에게 산 불법 약제로 중절 및 유산한 태아의 처리를 하청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수 많은 태아의 사체를 목욕탕에서 비밀리에 처리하고 있던 것이다. 증거품은 압수되었지만 여자가 자살하는 바람에 불기소 처분되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구토가 나는 이야기였다.
집 주인은 심령 현상 같은 것은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인데다, 건 물 자체도 거액을 지불해서까지 제령 의식을 거행할 만큼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그대로 방치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는 물론 방을 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장소를 찾을 때까지 나는 그 방에 머물러야만 했다. 
일단 나는 내일을 대비해 잠자리에 들었다.  
심신이 모두 지쳐있었지만 좀처럼 눈을 붙이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꿈 속에서 내 팔을 잡은 검은 존재는 아마 자살한 그 여자였을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던 것 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태아들의 원한에 묶여 있는 것일까. 
태아들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태아들은 아무것도 보았던 적이 없고, 아무것도 들은 적도 없다.  
자신의 모습조차 모른다.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채 죽었다. 
 
등골이 섬짓했다. 태아들의 영혼은 어떤 모습일까.
말도 배우지 못했는데 생각은 할수 있을까.  
자신을 인간이라는 것을 알까. 나도모르게 온 몸이 떨려왔다. 
혹시, 태아의 영혼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정체불명의 무서운 존재일 지도 모르다. 
 
 
 
 
 
 
 
 

검은 존재가 목욕탕 밑의 틈새에서 몸을 내밀고 몸부림 치고 있었다.
검은 존재가 스륵, 스륵, 배수구 속으로 질질 끌려들어 갔다.
검은 존재를 지배하고 있는 감정은 아마도 원시적인 공포일 것이다. 나도 공포에 차 부들부들 떨렸다. 
검은 존재는 배수구로 완전히 삼켜졌다. 어두운 배관 속으로부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
배수도랑으로부터 무엇인가가 기어 나오려 하고 있었다.
보고 싶지 않은데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도망치려고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미칠 것 같아서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절규했다.
잠에서 깼을때, 불을 켜 둔 채로 잠이 들었던 방 안은 깜깜했다.  
 
 

보글.....
 
 
 
나는 곁눈질도 하지 않고 그 집에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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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3 서방불패
오... 정말 오랜만에 심히 긴장하면서 읽었어요... 등골도 오싹하고... 말 그대로 후덜덜이네요. 잼나는 글 고맙습니다 ^^
LV 2 원주시민
보글보글이라
LV 2 동방비룡
잘보고 갑니다
LV 4 teyun
잘보고가요
LV 2 해솔이아빠
흠.....그닥 강한사람도 아니구 굳이 현실주의자라고 그런대를 간다는게;;;
LV 2 고슴토치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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