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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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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7 22:59
초등학교 2학년때의 일이다.
친척 중 한분이 돌아가셔서 부모님 전부 빈소를 지키러 가시는 바람에 나 혼자 집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는 밤샘을 하고 오시고 어머니는 밤 12시 전에 돌아오실 예정이었다.
밥먹고 씻고 먼저 자고 있으라 이르시고는 두 분은 나가셨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조금은 불안하기는 했지만, 내키는 만큼 TV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본가는 큐슈의 한 시골마을이다.
이웃집과 약간 거리가 떨어져있었고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한참 TV를 보다보니 어느덧 재미있는 버라이어티 쇼도 전부 끝나고 9시 넘어 방송되는 것은 뉴스뿐이었다.
TV에 흥미가 떨어진 나는 씻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만화를 읽고있는데 현관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어머니가 오셨나 하고 나는 한달음에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인영이 보였다.
어머니는 150cm의 자그마한 체구였고, 아버지로 보기에는 아스라이 비치는 인영의 덩치가 매우 컸다.

"누구세요?"
"꼬마야, 아버지 계시니?"

굵직한 성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약주를 상당히 즐기시는 편이라 우리 집에는 매일같이 아버지의 술친구들이 모이곤했다.
나는 분명 아버지 친구분 중 한명이라 믿고 조심성 없이 대답했다.

"아버지 지금 장례식 가셨는데요."

그러자 약간의 뜸을 들인 뒤 문 밖의 방문자는 다시금 물었다.

"그럼 어머니는?"

아버지의 친구분들이나 어머니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어머니를 '마사에 상'이라고 불렀다.
어린 마음에도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 매일 오시던 분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고 있자, 방문자는 이번에는 조금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도 안계시느냔 말이다."

순간 나는 한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왜 사투리를 안쓰지?
우리 지방 사람들이 쓰는 고유의 액센트가 전혀 섞이지 않았다.
점점 불안이 가슴을 조여왔다.
내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자, 이번에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꼬마 아가씨, 집에 혼자 있어?"

나는 울 것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그저 오도카니 서있었다.

"잠깐 문좀 열어주겠니? 아저씨가 뭐 갖다줄게 있어서 온거야."

문 밖의 방문자는 상냥한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나는 겨우 목소리를 쥐어 짜내어 한마디를 뱉었다.

"내....내일 와주세요."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 뒤 현관문 손잡이가 덜컥덜컥 커다란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흔들렸다.
심장이 쿵쿵 뛰고 숨이 멈출것만 같았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불투명한 유리문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방문자가 뿌연 유리문을 주먹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꼬마야, 열어!!!!이 문 열지못해!?!!??"
"하지마세요....그만하세요......"
"시끄럿!!!!!!!!!!!!!!!!"

내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만하라고 애원하자 남자는 한층 더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일단은 전화기가 있는 거실로 달려갔다.
일단 수화기를 집어들었지만 어디로 전화를 걸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부모님이 가신 장례식장의 전화번호는 알 턱이 없었고, 112에 걸었다가 혼나는 것이 아닐까 겁이 났다.
 

그저 전화기를 끌어안고 울고만 있는데 등 뒤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거실 창문이 깨져있었다.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거실 유리창에 난 구멍을 바라보는 자세로 굳어버렸다.
커다랗게 뚫린 구멍으로 검은색 점퍼를 입은 팔이 쑥 하고 들어왔다.
그 팔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이제까지 참아왔던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악!!!!!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들이밀어진 팔은 창문 가를 더듬으며 잠금쇠를 찾았다.
 
 
 
 
 
 
 
 
"마미쨩!!마미쨩, 아줌마야. 아줌마가 경찰에 신고했어."

방문자의 검은팔을 잠금쇠를 발견하고 문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등 뒤쪽에서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그 목소리의 장본인에게 안겼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다름아닌 옆집 아주머니였다.
처음 듣는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리기에 상황을 살피러 왔다가 창문 깨지는 소리가 나서 한달음에 달려와준 것이었다.
신고했다는 말은 사실 아주머니의 거짓말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는 듯 어느새인가 방문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다.
나는 그저 아주머니 품에 매달려 흐느껴 울었다.
경찰이 우리 집으로 출동한 것은 사건이 일어나고 30분 뒤,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가 귀가하기 조금 전이었다.
어머니는 나 혼자 집을 보게 해서 미안하다고 우셨다.
연락을 받은 아버지도 곧 집으로 돌아오셨다.
 
 
 
 
 
 

결국 그 남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빈집털이범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은 탓인지 사건이 일어나고 상당히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시끄러워! 하고 다그치던 목소리.
창문의 잠금쇠를 더듬던 검은 점퍼.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아직 나는 그 날에 대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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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다 비슷한것 같은데 찝찝한 기억으로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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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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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이었구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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