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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감정 분노의 표출.. 카타르시스는 분노를 순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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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322
  • 2013.05.09 22:14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사람들이 비극을 볼 때 주인공의 비참한 운명에 의해 감정이 격렬하게 유발되고, 그 과정에서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순화되는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몸 안의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의미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배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처음 주장된 카타르시스 이론은 프로이트에 의해 더욱 발전됩니다. 그는 억압된 분노가 압력솥 안의 증기처럼 축적되면 히스테리가 되거나, 건드리면 폭발하는 공격성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감정이 적절하게 표출되지 못할 경우 다른 출구를 찾아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우울증과 같은 병이 그렇게 생깁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가 자신이 과거에 받은 상처를 털어놓고 자신을 괴롭혔던 상처와 분노를 표출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우울증 증상이 약해집니다. 정신 건강을 유지하려면 치료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쏟아 내고, 그런 감정들을 다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풀어 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미국인들에게는 자연스럽습니다. 미국인들은 솔직하고 합리적인 태도를 존중하며, 심지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좋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큰 소리로 항의하거나 법적으로 소송하는 행동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화난 사람에게는 “해로운 화를 참기보다는 샌드백을 치거나 실내 야구장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둘러라.”, “산에 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내뱉어라.” 같은 충고를 많이 합니다. 미국에는 카타르시스를 도와주는 장난감도 많습니다. 상사 목 조르기(Choking Strangler Boss)라는 장난감은 장난감 상사의 왼손을 누르면 아파도 야근을 해야 한다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상사의 목을 조르면 상사의 두 눈알이 튀어나오고 팔다리를 허우적대면서 당신의 봉급은 인상되어야 한다거나 휴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공격적인 충동을 배출해 버리는 것이 압력을 낮추고 증기를 분출시켜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 준다는 주장은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화풀이를 애초에 자기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공격성이 강화됩니다. 자신을 모욕했던 사람을 쫓아가 폭력적인 화풀이를 하면, 자신을 모욕했던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비난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들에게 “회사가 당신에게 어떻게 나쁘게 대했나요?”와 같은 질문을 해서 고용주에게 분노를 표출할 기회를 주면, 분노를 표출하지 않은 해고자들보다 더욱 고용주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분노 표출을 사람이 아닌 간접적으로 물건을 통해서 하더라도 마찬가집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는 야구 같은 스포츠도 공격성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카타르시스는 오히려 분노나 공격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분노에 동반되는 생리적 상태는 공포와 비슷합니다. 누군가를 공격할 때 처음에는 시상하부가 부신을 자극하여 코르티솔을 비롯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됩니다. 이들 호르몬은 다시 시상하부의 활동을 증가시킵니다. 확대재생산의 과정인 셈이죠. 그래서 화가 나면 빠른 시간 안에 점점 화가 더 나게 되고, 싸움 초반에는 분노가 계속 커집니다. 화내는 것으로 울분이 해소되기는커녕 분노라는 불길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입니다.

분노 표출은 분노의 원인을 밝혀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도움이 됩니다. 분노가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감정이기는 하지만, 분노를 파괴적으로 폭발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분노 표현은 상대방을 반성하게 만들기보다는 상대방을 더욱 화나게 합니다. 누군가가 나한테 화를 냈는데 나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발산되는 분노는 처음의 세 배로 증폭됩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분노는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표출 방법이나 표출된 후 처리 과정이 중요합니다.

자주 화내는 사람은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병에 더 많이 걸립니다. 비록 화가 나지만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분노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해 혈압이 낮게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가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분노를 최고의 순간에 폭발시키고 나면 어쨌든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에 공격성을 표출하는 카타르시스 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화라는 감정도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그냥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가라앉습니다. 따라서 화를 참고 차분하게 자기가 화난 상황을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화를 버럭 내 버렸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화난 상황을 상대방이 공감하도록 한다면, 분노는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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