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내 진박(진박근혜) 세력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에 대한 불복의사를 드러내면서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헌재 결정 이후 대선판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시사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이른바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탄핵 전 대선구도가 이어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수 유권자들은 '국민통합'보다 '적폐청산'을 다음 대선의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CBS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차기대선주자 투표기준'을 조사한 결과 '적폐청산과 개혁(35.2%)'과 '민생과 경제회복(35.2%)'이 공동 1위로 조사됐다.
'국민 통합'을 차기대선주자 투표기준으로 꼽은 응답자는 9.5%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 추세는 적어도 다음 주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1일 검찰 조사가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되면 적폐청산론이 다시 힘을 받게 된다.
이런 국면은 꾸준히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이 아니다. 한때 지지율이 22%까지 오르며 문 전 대표를 위협했던 안 지사는 이른바 '선의' 발언 이후 지지율이 급락한 뒤 아직까지 20%대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탄핵정국'에서 개헌을 구심점으로 한 '제3지대론'에 기대를 걸어온 비(非)민주당 세력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탄핵 전 형성된 민주당‧문재인 대세론의 약효가 연장되고 있어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탄핵 이후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움직임이 탄력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의 불복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이슈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문(非文)연대'로 판을 흔들어 보려던 세력은 속이 갑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 역시 "포스트탄핵 국면에서는 '통합'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 등의 불복이 이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대선판을 움직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황 총리 지지층은 강성보수와 범보수가 섞여있는데, 범보수는 '국민 통합'을 표방하는 안 지사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MBN 의뢰로 리얼미터가 16일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로도 안 지사는 14.9%의 황 총리 표심을 가져갔다.
여기에 서울신문‧YTN의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 결선투표 시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41.7%는 문 전 대표를, 41.3%는 안 지사를 꼽으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63.6%가 문 전 대표를, 27.8%는 안 지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경선 참여를 신청했거나 참여 의향이 있는 응답자로 좁혀 보면 53.2%는 문 전 대표를, 34.8%는 안 지사를 선택하는 등 두 후보의 격차는 좁혀져 '문재인 굳히기'과 '안희정 뒤집기' 중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17일 현재 선거인단이 190만 명에 육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경선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적지 않게 참여할 것으로 보여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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