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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두동강은 무슨…민심은 탄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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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2 09:31
[현장에서] 사회에디터가 본 3·1절 광장

낮 세종로 메운 ‘탄핵 반대’ 태극기
“어려움 없이 큰 애들이 어른들 무시”
그들의 교감은 소외감·전쟁의 기억
연단위 대리인 “어둠의 자식들” 선동

늦은 오후 세종로엔 노란리본 태극기
세월호 분향 마친 50대는 말했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탄핵을”

 
3·1운동 98돌을 맞은 1일 오후 경찰 차벽을 경계로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와 광화문광장에서 각각 탄핵 반대 집회와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3·1운동 98돌을 맞은 1일 오후 경찰 차벽을 경계로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와 광화문광장에서 각각 탄핵 반대 집회와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서울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는 서소문 길, 대구·충북·전북 등 지역번호판을 단 대형 관광버스에서 배낭을 메고 태극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안내 깃발을 앞세운 채 끝없이 내려섰다.

 

 

3·1절 낮 세종대로엔 젊은층도 간혹 보였지만, 나이든 이들이 압도적이었다. 인증샷을 찍고 연설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이들의 표정은 다소 흥분돼 있고 때론 결연했다.

광화문광장 북쪽 세종로소공원에서 열린 애국단체총협의회 집회부터 동화면세점 앞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 이어 열린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집회까지 대낮 세종대로는 탄핵 반대 목소리와 태극기 물결로 메워졌다.

이들이 2002년 월드컵 때나 2008년 광우병 집회 때 이 길을 채웠던 주역은 아니었으리라. 평소 메인무대였던 시청 앞 광장에서 900m 넘게 처음 ‘전진’한 이들의 들뜬 분위기를 이해할 만도 했다. 

 

 

“내가 싸움 될까봐 딸에게 못한 얘기를 다 기자한테 하네.” 70대 한 여성이 말했다. “남편은 이북에서 내려와 고생하면서 자식들만은 곱게 키웠는데, 이제 딸이 우릴 이상하게 보는 거야.

스마트폰 보고 있으면 이상한 카톡 보는 줄 알고 뺏어.

어려움 모르고 자란 이들이 어른들을 무시해. 교육이 잘못돼서 그래.

남북도 갈렸는데 영호남 갈리고 강남북 갈리고 세대 갈리고 이렇게 가족까지 갈려야겠어?” 가족들과 네번째 자발적으로 나왔다는 50대 남성은 “박근혜를 찍지 않았지만 태블릿피시 ‘진실’을 알고 가만있을 수 없었다.

누가 돈 받고 여기에 나오냐. 나도 나오면 10만원씩 낸다.

촛불보다 더 평화적이다”라며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특검에서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몇차례씩 약속하고도 조사는커녕 헌재의 최종변론에도 출석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선 아무도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소외감과 전쟁에 대한 기억과 트라우마는 이들이 공유하는 가장 큰 정서로 보였다. 한 부스엔 “좌익들의 마녀사냥, 탄핵되면 다 죽는다”는 글귀가 써 있었다. 지금 광장에 나온 일부 나이든 세대들은 자신들이 고생하며 쌓아온 한 줌의 안정마저 빼앗길 것이라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건 아닐까. 분명한 건 이런 소외감과 공포를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무대에 올랐다. “나를 늙고 병들고 당뇨병 걸린 미친 변호사로 매도하는데, 늙고 병든 게 죄입니까?” 그는 이어 말했다. “촛불은 어둠이 내리면 붉은 기를 흔드는 어둠의 자식들입니다. 저들이 태극기 드는 거 봤습니까? … 우리는 촛불에 눌리는 2등 국민이 아닙니다!” 

 

 

군가가 울려 퍼지는 애총협 집회장 옆으로 촛불집회 무대가 보였다.

앞쪽에는 ‘촛불은 어깨를 풀지 않는다’ ‘껍데기는 가라’ 같은 붓글씨가 쓰인 만장들을 문화예술인들이 준비중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세월호 리본을 만들거나 태극기에 노란 리본을 부지런히 매달았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을 마친 박법수(51)씨는 “일부에서 자꾸 대한민국이 두쪽 났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두 동강이냐.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맹신이 현재 탄핵 반대 세력 정서 아니겠느냐.

삼일절인데 역사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민심은 탄핵 인용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후 5시 시작된 18차 촛불집회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무대에 올랐다. “25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해임시켜야 한다”고 말한 구순의 할머니가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양손에 노란 리본 태극기와 촛불을 든 시민들이 우비를 입은 채 차가운 바닥에 앉아 따라 부르는 아리랑이, 꽁꽁 둘러싼 경찰 차벽과 탄핵 반대 집회 쪽의 방해 소음을 뚫고 광장을 울렸다.

윤재진(56)씨는 “집회를 경쟁적으로 하다 보니 지금은 두쪽 나 보일지 몰라도 민심은 탄핵에 있다.

탄핵안 통과 뒤 몇차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나. 그게 상식이다”라면서도 “일부 나이든 세대들을 내몰 게 아니라 이해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2등 국민’은 없다. 오직 부추기는 이들만이 있을 뿐이다. 

 

 

김영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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