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5년 4월 28일. (가스폭발이 일어났던 그 날입니다)
그 당시 저희집은 사고현장과 불과 몇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대구 상인동에 살고 있었어요-
그 날 아침에 저희 엄마가 유독 늦게 일어나셨더라고 하네요.
그래서 어렸던 저에게 밥 먹이고 큰 언니 학교 보내고 하다가
딱 시간을 보니까 아침 7시 20분 쯤 됬더래요.
아빠는 먼저 직장나가시고 엄마 혼자서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엄마도 이제 "아 회사나가야 겠다 이제" 하고
옷 챙겨입고 나가려고 했대요.
(저희 엄마는 그 당시 사고현장을 지나서 출퇴근 하셨답니다)
근데 그 날 따라 다 챙겨입고 8시 전에 나가려고 하는데
하이힐을 신었는데 구두가 원래는 빨강색에 검은 굽이었는데
굽 색깔이 빨간색으로 변해있었대요.
그래서 엄마는 "애들이 장난쳤나?" 하고 그냥 신경쓰지 말자 하고
나와서 걸었대요.
그렇게 집에서 나와서 막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그 때 저희집 주택 맞은편에 이상한 할머니가 서 계셨대요.
뭐 비 오는 날이면 비가 올거다 라고 다 맞추시고,
왜 어른들 보면 그런 어르신들 계시잖아요.
그런 할머니가 동네에서 노숙자처럼 살고 계셨는데,
근데 막 걷는데 그 골목에서 갑자기 그 할머니가 팍 튀어나오시더래요.
그래서 엄마가 깜짝 놀래서 "할머니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하니깐
"이 개같은 년아 이런 미친년 얼른 들어가 대갈통 날라가기전에!!!!!!"
이러면서 악을 쓰시면서 저희 엄마를 집으로 막 들어가게 하셨대요.
그래서 엄마는 너무 놀라서 문 다 잠그고 회사에 늦게 간다고 전화 하고
8시 30분 조금 지나서 회사에 가려고 했대요.
그렇게 할머니한테 욕 먹은 것도 -_-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져서
뭐 재밌는 TV 없나 하고 딱 켰는데,
"여기는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현장입니다.....지하철 1,2호선 개선 작업을 하다가
그 부근을 지나던 지름 100mm의 가스관을 파손해 가스가 지하철 공사 현장으로 흘러들어가
괴었다가 폭발하였습니다.....
총 사망자는 약 220명이고 출퇴근하던 직장인들과 등교하던
학생들도 무참히........."
이러면서 방송이 나오더래요.
그 보도가 흘러나오자마자 저희 엄마는 잠깐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대요.
깨보니까 두시간 쯤 지나있었고, 이미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장면이 TV에서 흐르고 있었답니다.
아무튼 그 할머니가 저희 엄마 목숨을 구해주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로 엄마는 저 세상으로 가셨을지도...-_-
그렇게 욕을 하면서 들어가라고 했던 할머니는 그 날이후 동네에서 한번도 보이지 않았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