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강원 산불 이재민 “주민증도 잿더미, 투표도 못해”

  • LV 8 북극정신
  • 비추천 1
  • 추천 9
  • 조회 3723
  • 2017.05.09 09:52
강릉 산불 피해 현장 가보니

이재민들 마을경로당 등서 지내
아침·점심 컵라면에 즉석밥 끼니
어지럼증 호소 등 후유증 시달려
“행정당국 무관심” 비판 목소리도

 
지난 6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은 함순자 할머니가 임시주거 시설인 마을 경로당에서 대피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은 함순자 할머니가 임시주거 시설인 마을 경로당에서 대피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민등록증도 다 잿더미가 됐어. 내일 투표해야 하는데…”

 

 

8일 오후 강원 강릉시 홍제동의 상선연경로당에서 만난 함순자(84)씨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통령 투표를 못하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산불로 집이 불에 탄 함씨는 “몸뚱이만 겨우 빠져나왔지.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주민등록증 챙길 겨를이 어디 있었겠어.

 

매번 투표날은 빼먹지 않았는데, 산불이 집을 뺏어가더니 투표까지 못하게 하네”라고 언성을 높였다.  

 

 

하늘에서 산불진화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자 함씨는 “‘두두두두’ 저놈의 헬기 소리만 들리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려”라고 진저리를 쳤다.

 

산불은 함씨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함씨는 “나이가 있다보니 여기저기가 아픈 곳이 많아 매일같이 아침 5알, 저녁 3알씩 약을 먹는데 약도 못 챙겨왔다”고 말했다.  

 

 

함씨는 산불이 난 지난 6일 이후 강릉시에서 지정한 경로당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바닥엔 한기를 막아줄 캠핑 매트리스들이 깔려 있고 벽 한쪽엔 물, 쌀, 라면, 즉석밥 등 구호 물품이 어지럽게 쌓여있다.

 

82㎡ 남짓한 경로당에는 함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재민 10명(5세대)이 함께 지내고 있다.  

 

 

이날로 3일째 강원 산불이 꺼지지 않는 가운데 다른 이재민들 상황도 함씨와 비슷하다.

 

산불로 집을 잃은 강릉시 성산면·홍제동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관음1리와 관음2리, 위촌1리, 공제 등 마을 경로당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경로당은 숙식을 해결하는 용도로 만든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함씨와 같은 경로당에 지내는 어재옥(84)씨는 “살아 나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3일째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머리를 감을 곳도 없고 빨래를 해도 널 방법도 없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산불 이재민들의 또다른 임시주거시설인 공제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정섭(52)씨는 “오후에 시청에서 ‘밥은 잘 먹었냐’고 전화가 왔길래 ‘아침은 김치 반찬 하나에 컵라면에 즉석밥, 점심도 마찬가진데 잘 먹었냐고 물으면 어떡하냐’고 되물었다.

 

집도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제경로당에 지원된 구호물품은 참치캔과 즉석밥, 김치, 김, 물, 고추장, 식용유, 이불, 코펠 등이 전부다.

 

임씨의 아내는 “햄을 구워먹으려고 해도 경로당 조리기구가 오래되고 더러워 라면으로 끼니만 해결하고 있다.

 

산불 피해를 겪은 뒤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증세를 느끼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시청 등 행정당국의 무관심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행수(88)씨는 “이재민들은 언제까지 경로당에서 살아야 하고 보상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

 

산불이 나자 정치인들이며 높은 분들이 많이 다녀갔지만 정작 우리가 궁금한 내용에는 상세한 답변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강릉/박수혁 기자 [email protected] 



추천 9 비추천 1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싸이공감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이슈/토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20352 '대규모 환불' 머지플러스 압색 12시간 만에 종료..경찰 "신속·엄정 수사" LV 16 아들래미 08-26 3759
20351 톱탤런트 등 女연예인 수십명 성매매 수사 (12) LV 2 별솔 12-12 3757
20350 박주민 "朴 헌재 출석, 탄핵심판 막판 변수…2월 결론 어려워" LV 7 북극정신 02-02 3755
20349 "홍준표, '강간 모의'를 성장통으로 호도하고 있어" LV 8 북극정신 04-23 3755
20348 [단독] 박 전 대통령 “포토라인 안 서게 해달라”…법원서 거부 LV 8 북극정신 03-30 3754
20347 길 가던 여성·공원서 놀던 초등학생 이유 없이 폭행 LV 16 아들래미 03-02 3752
20346 연정·협치 논의도 안했는데 데 장관 후보 이름만 불쑥불쑥 LV 8 북극정신 05-14 3749
20345 PC서 성착취물 '우르르'…N번방 동영상 구매자 131명 검거 LV 15 아들래미 07-01 3748
20344 경찰, 평택 술집서 미군과 싸우다가 흉기 찌른 용의자 추적 중 LV 16 아들래미 04-19 3747
20343 안철수 부인, 서울대 채용 계획 20일 전에 지원서 썼다 LV 8 북극정신 04-13 3746
20342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 (2) LV admin 허니스 02-07 3746
20341 알파잠수와 언딘 비교..... + 유착의 실태....... (9) LV 6 SpaceCarrot 04-28 3745
20340 특검, 이재용 내일 재소환…영장 재청구 이번주 판가름 LV 7 북극정신 02-12 3743
20339 ‘기춘대원군’, ‘대통령의 여자’ 모두 구속 LV 7 북극정신 01-21 3742
20338 [인터뷰] 탈당 이언주 "빨리 꺼져, 문자폭탄까지도" (1) LV 8 북극정신 04-06 3742
20337 ‘욱일기 의미 아냐고? 멋있으면 됐지 뭘…’ (15) LV 1 별솔 08-15 3741
20336 동거녀 때려 숨지자 '콘크리트 암매장'한 30대 징역3년 (6) LV 1 수리술이 06-01 3740
20335 朴측 '김수현 파일'로 탄핵심판 뒤집을 수 있나 LV 7 북극정신 02-12 3735
20334 42초 신고 전화에 담긴 '살인자 이름'…'한 귀로 흘린' 경찰 살인 못 막아 LV 16 아들래미 02-25 3733
20333 [K스타] 최자 인스타 “설리 좀 말려요” vs “무슨 상관” LV 11 아들래미 01-06 3730
20332 朴, 헌법 불복으로 파멸 자초하나…적폐청산론 힘받을듯 LV 8 북극정신 03-13 3730
20331 이미지만 있고 메시지 없는 '반기문 정치' LV 7 북극정신 01-18 3728
20330 안희정도 출사표 "총리 지명권 다수당에 넘길 것" LV 7 북극정신 01-22 3727
20329 [단독] 국정원 ‘별도의 블랙리스트’ 제작, 문체부 내려보냈다 LV 8 북극정신 03-09 3726
20328 유승민 딸 유담 재산 보니…'금수저' 관심 집중 LV 11 아들래미 02-18 3725
20327 [특검종료] 민심 등지고 박근혜 택한 황교안…의리인가 정략인가 LV 7 북극정신 02-28 3724
20326 朴, 경호상 당직실 취침?…법무부 황당한 특혜 논리 LV 8 북극정신 04-15 3724
20325 강원 산불 이재민 “주민증도 잿더미, 투표도 못해” LV 8 북극정신 05-09 3724
20324 "집토끼 놓칠라" 보수·진보서 정체성 공격받는 안철수 LV 8 북극정신 04-08 3722
20323 朴 '불복 시사' 일파만파…'통합' 대신 '반목' 조장 (1) LV 8 북극정신 03-13 3721

조회 많은 글

댓글 많은 글

광고 · 제휴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운영참여·제안 |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 © www.uuoob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