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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세기의 바둑 대결'
9일부터 총 다섯번의 대국.. 단순 이벤트 그쳐선 안돼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가 펼치는 세기의 바둑대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과 컴퓨터의 결전을 앞두고 이세돌 9단은 컨디션 관리에, 알파고는 전략 고도화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이번 '세기의 대결'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을 대형 이벤트를 구경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력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람과 AI가 공생하게 될 가까운 미래를 위해 국내기술 개발, 제도 정비 등 이번 대국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찾아내고 대안을 마련하는게 이번 대국의 진짜 의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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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6일 구글과 바국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세돌 9단은 오는 9일 시작되는 알파고와의 대국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컴퓨터와 달리 사람은 경기 당일 몸 상태나 외부 환경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숙소를 대국장인 서울 포시즌스호텔로 옮겼으며, 캐나다에 머물던 가족들도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 이세돌 9단의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굉장히 클 것이란 게 바둑계 관측이다. 앞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한 판도 질 수 없다"는 자신감을 표한 바 있지만, 전날 중국에서 열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현지 랭킹 1위인 커제 9단에게 패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란 것이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대국을 치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도 가장 큰 패인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꼽았다.
■알파고 '딱 한번의 실수도 딥러닝으로 극복'
반면 알파고는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는다. 순간의 실수나 감정의 흐트러짐도 없다. 이 부분이 '인간 대표주자' 이세돌 9단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경쟁력이다. 게다가 기존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과 달리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른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다. 알파고는 바둑돌이 놓인 전체 모양을 파악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지점과 상대방에 불리한 지점을 동시에 찾는다. 그 결과 기존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결에서 494승 1패를 기록했으며, 딱 한 번의 실수마저 반복 학습으로 보완한 상태다. 현재 알파고는 전 세계 프로기사들의 기보(대국 기록)를 토대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의 목표는 사람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실제 대국에서 사람을 이기는 것"이라며 "현재 승률은 50대 50"이라고 밝혔다.
■"승패와 상관없이 세계 최강 AI 탄생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총 다섯 번의 대국을 펼치지만 오는 9일 첫 승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세돌 9단이 첫 판을 내 줄 경우,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대결에서 5연승을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판후이 2단과 알파고의 기보를 분석한 결과, 판후이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판후이의 심리적 동요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알파고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연산에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와 클라우드컴퓨팅 플랫폼 등의 처리 속도가 제약이 될 수 있다. 대국 기간에 알파고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작동되지만, 실제 서버는 미국 중서부에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얼마나 많은 기보를 습득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보를 학습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정석대로 싸우지 않는 이세돌 9단의 기풍도 핵심 변수다. 이처럼 특별한 공식이 없는 이세돌 9단의 기보까지 확보하게 되면 알파고는 세계 최강의 AI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에 사용된 방법들은 모두 범용성을 지니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기후 모델링이나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AI기술과 관련 제도 재정비해야 할 때
이번 대결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구글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면서 구글은 AI와 클라우드 등 핵심 기술력을 뽐낼 수 있게 됐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회장이 이번 대국을 직접 참관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 알파고가 완승할 경우, 'AI의 인간 세계 정복론'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소모적 논쟁보다는 우리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I의 위협 등을 논하기 전에 선진국과 비교해 한참 부족한 기초 기술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소프트웨어(SW) 업체 관계자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높지만 현재로선 승부를 쉽게 점쳐볼 수 없다"면서 "하나의 대형 이벤트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관련 연구개발(R&D)이나 제도 등을 정비해 '한국판 알파고'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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