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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수상한 물건 묻는 사람이"…한 통의 신고 "마약 조직 70명 검거"

 

운반책 휴대전화 분석 통해 윗선 검거 '마약 40㎏' 압수
유통 총책 필리핀 도주…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작년 9월부터 필로폰 등 각종 마약을 밀수입하거나 합성마약을 제작, 텔레그램을 이용해 유통한 일당 7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마약을 밀수입해 유통한 A 씨(23)를 비롯해 보관책, 운반책, 마약 홍보 및 소통방 운영자 등 7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1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작년 9월 3일 '아파트 화단에 수상한 것을 묻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신고에서 시작됐다.

출동한 경찰은 화단을 수색해 풍선에 담긴 흰색 가루를 발견했다. 이후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행 장면과 젊은 남성의 인상착의를 확보하고 도주로를 추적해 사건 접수 4일 만에 경기도 안산에서 운반책 B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B 씨가 마약류를 은닉한 좌표 500여 개소를 확보해 마약류를 회수했고,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윗선과 비대면 거래 장소를 확인, 텔레그램 마약 판매 총책인 A 씨와 C 씨를 검거했다. 이어 연결고리를 추적하며 다른 공범들도 순차적으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작년 9월부터 이달 초 사이에 모두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등은 국제택배를 통해 밀수한 마약을 샴푸 통 등에 은닉해 지역으로 발송하는 방식으로 전국에 다량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일면식이 전혀 없는 사이지만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모의하고 신분을 감추며 비대면으로 거래했다. 조직원 모집, 채널 운영, 운반, 관리, 홍보 등 역할을 분담하고 코인 대행업체의 무통장 계좌 또는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수령한 후 매수자들에게 마약을 은닉한 좌표 사진을 전송해 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 중 일부는 베트남에서 밀반입한 합성 대마 원료물질로 13㎏ 상당 합성 대마를 제조해 캐리어에 담아 경기 안성의 한 강변 땅속에 묻어놨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경찰이 피의자 주거지와 은신처, 보관 창고 등에서 압수한 마약은 필로폰 624g, 케타민 2.3㎏, 대마초 1.7㎏, 합성 대마 26㎏, 액상 대마 3.6㎏, 펜사이클리딘 1.7㎏, 몰리(가루 형태의 순수 MDMA) 740g, 허브 2.2㎏, 엑스터시 2797정, LSD 313장, 암페타민 100g, 자낙스 140정 등 40㎏ 상당이다.

이밖에도 판매 수익금으로 이들이 갖고 있던 1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도 압수됐다.

경찰은 이들이 장기간 마약 유통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전국 경찰관서에 텔레그램 채널명과 피의자 정보를 공유해 각 관서에서 취급하는 불특정 사건과 대조, 여죄를 최대한 밝힐 방침이다.

경찰은 또 필리핀으로 출국한 유통 총책 D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하는 동시에 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 아직 검거되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 채널 운영자와 다수 운반책·매수자 등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단서가 끊겨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수사와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윗선까지 타고 들어가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 유통에 큰 타격을 줬고 대량의 마약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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