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여성 두 명이 질 필러를 맞았다가 사망한 사례가 국내 학회지에 최근 공개됐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료진들은 질 필러를 맞고 사망한 국내 30대 여성 사례 두 건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먼저 38세 여성 A씨 사례다. A씨는 산부인과에서 질 필러 주사를 맞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두 번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입원했다. 첫 번째 실신은 시술이 끝나고 20~40분 후에 발생했다. 환자는 의식을 잃기 전 심장이 과도하게 뛰는 심계항진과 현기증을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7개월간 질 필러 시술을 4번 받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총 47mL의 필러를 질 벽에 주입했다. 응급실에 실려온 A씨는 호흡곤란이 악화됐고, 발작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기관 삽관 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혈관수축제, 강심제(심장 근육 수축력을 높이는 약물) 등을 투여했지만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졌고, 입원 후 10일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질에 큰 혈전(피떡)이 있었다. 특히 많은 양의 필러가 질 후방 벽에 주입돼있었다. 의료진은 "필러가 질 주변 혈관으로 퍼지며 혈관을 막고 있었다"고 했다. 폐도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해 혈액량이 늘어난 '울혈'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사례는 35세 여성 B씨다. B씨는 산부인과에서 질 필러 주사 시술을 받은 후 심장마비가 왔다. B씨는 케타민, 미다졸람, 프로포폴 등으로 수면마취된 상태에서 필러를 맞았다. 시술을 마치고 4분 후부터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심장마비가 왔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한 달간 치료받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 폐렴으로 결국 사망했다. 부검 과정 중 질을 현미경 검사했더니 점막하층과 근육층 등의 일부 혈관에서 필러로 인한 색전증(혈관 안이 덩어리에 의해 막힌 것)이 생긴 상태였다. 정확히는 비혈전성 폐색전증이다.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지방, 공기 등 정상 혈관에 거의 없는 물질이 폐순환에 의해 혈관을 막은 것이다. 의료진은 "드물지만 필러 주입으로 인해 필러가 정맥에 직접 주입되거나, 높은 국소 압력으로 인해 정맥으로 이동하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질 필러 주입 후 발생한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유사한 사례가 여럿 보고된 바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에서 환자가 사망했다"고 했다. 또한 "질 필러 주입 후 혈관 합병증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에 임상의도 이러한 위험을 알고 시술을 시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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