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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트라우마, 왜 주목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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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8 16:58
어린이의 트라우마, 왜 주목해야 하는가
체계적인 치료 제공되지 않으면 평생 고통 당해

[특별기고] 어린이의 트라우마, 왜 주목해야 하는가

 

8살 재영이는 방학을 맞아 경기도 인근에 있는 친척집에 엄마, 그리고 5살짜리 동생과 함께 놀러가게 되었다. 마을길을 걷는 도중 개를 한 마리 마주치게 되었다. 평소 개를 좋아하던 재영이는 그 개에게 다가갔고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허리를 숙였고 그 순간 개가 아이의 얼굴을 공격해왔다. 날카로운 이빨에 뺨이 찢어져 피를 흘렸고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놀란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개를 쫓아내고 아이를 끌어안았다.

 

소리를 듣고 개 주인이 달려 나왔으나 목줄이 풀린 개는 놀란 아이들을 향해 계속 짖어대고 있었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소독을 하고 찢어진 부위를 수건으로 지혈한 후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부상이 크지 않아 5바늘 정도 꿰매고 붕대를 감는 것으로 처치는 끝났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사고 후 두 아이는 공포를 호소했고 밤마다 오줌을 싸고 손가락을 빠는 등의 급격한 퇴행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수면장애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병원에 소독을 하러 갈 때마다 가벼운 통증에도 거의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과잉 반응을 했고 사소한 외상 가능성에도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심지어 길에 다시 개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밖에 나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누구나 살면서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때로 우리는 상처를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상처는 성장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삶 전반에 심각한 부적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란 통상적 삶의 경험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압도적인 외상적 사건(트라우마)을 직접 겪거나 관찰했을 때 일어나는 지속적인 불안 관련 증상을 일컫는다. 이와 관련된 주요 사건들은 전쟁, 고문, 강간, 자연재해, 사고, 질병 등이 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일반 스트레스와 달리 우리의 대처능력을 초과한다는데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평생 동안 지속되는 만성적 정신질환이 될 수도 있다. ⓒ베이비뉴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평생 동안 지속되는 만성적 정신질환이 될 수도 있다. ⓒ베이비뉴스

 

 

재영이의 사례를 보면서 혹시 우리 아이도 그 전에 당했던 사건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부모님이 계실 것이다. 정신과 진단편람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IV)에 제시되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다. 다음과 같은 문제를 1개월 이상 경험하고 있고 이것이 일상적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1) 실제적이고 위협적인 죽음, 상처, 생존에 위협을 일으키는 사건에 직면하거나 목격했고, 이 사건에 대해 격렬한 공포와 무기력, 불안을 경험했다. 2) 이 사건은 이후 이미지, 사고, 지각의 형태로 강제적으로 재경험되며 때로는 그 사건이 반복되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낀다. 이 사건이 기억될만한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격렬한 심리적, 생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3) 이상의 결과로 특정 장소를 피하고, 일상생활의 흥미가 급감하며, 사건의 전부 혹은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정서적 경험이 축소되며, 수면, 집중 등에 문제를 경험한다.

 

전체 아동의 5~10%는 평생 1회 이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고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아동이 같은 사건에 대해 동일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92년 미국 플로리다 지방을 강타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허리케인 앤드류를 겪었던 아이들 중 30% 정도가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재난 사후 대책 시스템에서 심리학자들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자료가 제시되고 있는 미국의 예를 사용하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감소하기는 하지만 12%의 아이들은 1년 후에도 심각한 증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증상이 회복되었다고 보고한 아이들조차도 거의 대부분은 최소한 10개월 간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중 하나 이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만일 이 아이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평생 동안 지속되는 만성적 정신질환이 될 수도 있다.

 

외상적 사건 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연된 PTSD’ 증상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몇 년까지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원래의 외상적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갑자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세월호 피해 학생들 중 생존 학생들에게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사회가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박동혁 교수는 심리학 박사로 주로 아동, 청소년의 학습과 진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습상담과 진로상담을 강의하고 있다. 허그맘소아청소년심리센터 대표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학습심리검사인 MLST 학습전략검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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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박동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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