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폰' '쥐포구이' 암호 거래..단통법 비웃는 불법 공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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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 2016.02.26 06:29

LG G4 스마트폰은 공짜. 삼성 A5 스마트폰은 공짜에 현금까지 받고.’

 

공짜 핸드폰이 대구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보조금을 요금제 등에 따라 최고 33만원까지 줄 수 있도록 한 법을 어긴 불법 거래다. 지난 21일 대구 신천동 한 상가. 건물 4층으로 올라가자 철문에 ‘내방센터’라는 A4용지가 붙어 있다. 불법 보조금을 주며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울 말씨를 쓰는 30대 남성이 있었다.

 

그는 “책상에 써 놓은 글을 우선 읽어 보세요”라고 했다. ‘스마트폰은 3일 이내 집으로 보내준다. 개통 후 통신사가 구입처를 물으면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라고 하라. 위치를 알리지 마라’ 같은 주의 문구였다. 5분 뒤 그는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물었다. 사전에 알려준 암호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확인 과정이 끝나자 가방 등 소지품을 문 입구 쪽 책상에 두고 가까이 오라고 했다. 녹취를 해서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곤 알아들 수 없는 말로 설명하면서 계산기로 가격을 찍어 보여줬다.

이런 식이다. “A5는 표인봉, 즉 세뱃돈을 드립니다. 지포구이는 몸만 오면 됩니다. 승리 ten은 10대 후반 나이, 공책 작은 녀석은 현아로 20대 중반에서 2살 더 먹었죠.”  A5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종을 뜻한다. 표인봉은 공짜로 전화기를 주고 고객에게 현금을 더 지급하는 ‘페이백’을, 지포구이와 승리 ten은 LG G4와 V10 스마트폰 기종. 공책 작은 녀석은 갤럭시 노트5, 현아는 현금완납 조건을 말한다. 정상적인 스마트폰 판매점엔 이런 공짜폰이나 할인폰이 없다. 갤럭시 노트5의 경우 90만원 상당의 공장 출고가에 통신사별 요금제 할인, 개인별 20만원 정도의 보조금 지원이 전부다.

달서구 송현동과 중구 동성로의 한 상가에도 같은 형태의 불법 판매 사무실이 영업 중이었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불법 사무실엔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까지 있었다. 불법 판매자는 “서울 신도림의 돈 많은 스마트폰 업자들이 공장에서 수십 대씩 뒤로 스마트폰을 빼돌리기 때문에 공짜 또는 헐값에 판매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제보자는 “대구에만 5곳 이상 불법 거래 사무실이 있고 전부 서울 신도림 스마트폰 판매업자들이 내려오거나 직원을 별도로 채용해 영업한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불법 공짜폰 때문일까. 대구의 통신업계는 불황 그 자체다. 영남권 최대 스마트폰 판매업체가 밀집한 동성로 통신골목은 이제 식당이나 카페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분위기다. 대구 대학가 주변에서도 문 닫은 스마트폰 판매점이 흔히 보인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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