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은 너덜너덜한 게 당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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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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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책은 너덜너덜한 게 당연해요”
아동심리전문가가 전하는 21세기 독서교육법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예전에는 초등학교 3학년이 바지에 오줌을 싸도 문제가 아니었지만 요즘은 5살만 돼도 어린이집에서 실수했다고 하면 난리가 납니다. 새로운 시대가 오면서 요구하는 게 달라진 거죠. 그러니 기존의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워선 안 됩니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은 29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서 마이크를 들고 객석에 앉아 있는 250여 명의 임산부와 육아맘에게 “이전에 독서했던 방식과 완전히 달라져야 새로운 시대의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교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가 후원한 맘스클래스에 강사로 초청된 이정화 소장은 숙명여대에서 아동심리치료를 전공한 아동심리전문가로, 현재 단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9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서 대교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가 후원하는 제118회 맘스클래스 '꿈꾸는 달팽이'에서 이정화 교수(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가 '독서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9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서 대교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가 후원하는 제118회 맘스클래스 '꿈꾸는 달팽이'에서 이정화 교수(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가 '독서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이날 이 소장은 “엄마들이 책 읽는 것과 생활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참 못한다. 법률스님의 강의를 듣고 눈물 흘리면서도 내 생활은 하나도 안 변한다. 그게 우리가 독서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이 말하는 ‘독서’란 경험하는 만큼 읽혀지는 것이다. 즉 육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육아서적을 읽으면 절반은 이해하지만, 부동산 경매라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의 책 내용은 단 1%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이 소장은 “아이 역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창작동화를 접하면 몇 프로나 이해하겠느냐”면서 “에베레스트산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가보고 싶었던 열망이 있으면 머리에 확확 들어오듯 독서도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가 두 살 때 신문을 읽고 혼자 책을 읽었다며 좋아한 엄마의 사례를 소개한 이 소장은 “그건 단지 한글을 읽는 것”이라며 “책은 단순히 한글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정서)과 아이의 욕구가 담긴 간접경험의 세계”라고 언급했다.

 

“엄마들을 보면 목이 터져라 정말 열심히 책을 읽어줍니다. 그런데 꼭 읽어주고 나서 ‘어땠어?’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아이는 뭐라고 대답하죠? ‘재미있었어’ 그렇게 자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독서록에 이렇게 쓰겠죠. ‘오늘은 구름빵을 읽었다. 재미있었다’.”

 

이 소장은 “예전엔 책이 혼자 조용히 읽는 일방향 도구였다면 이제는 상호작용하는 도구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며 “책을 그냥 읽는 아이는 읽은 책이 많다고 해서 창의력이 생기지 않는다. 바로 창의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은 많은 상상을 하고 경험을 해본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니 예를 들어 구름빵 책을 볼 때는 ‘구름빵은 화날 때 언덕 위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른데, 넌 어떻게 할 거야?’라고 질문하고 아이의 대답을 들어본다. 그중에서 부모는 아이와 함께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한다. 그 후 화를 내는 아이에게 ‘너 화날 때 어떻게 한다고 했었지’라고 말하면 아이는 부모와 이야기 나눈 경험을 기억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 창의적인 대안이 나오고 문제 해결력을 갖춘 아이가 된다고. 

 

다만 이 소장은 부모가 아이의 독서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곰돌이의 기차여행’이라는 책을 보다가 갑자기 ‘나 토마스 기차 갖고올래’라고 중간에 나가는 아이를 보고 산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에게 왜 갑자기 토마스 기차가 떠올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는 곰돌이도 기차여행하니 나도 좋아하는 토마스 기차를 갖고 놀고 싶은 것이다. 이건 책에 의해서 자극을 받아 실제 세계에서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아이의 욕구”라면서 “이런 독서활동을 제재하면 아이의 상상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29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서 대교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가 후원하는 제118회 맘스클래스 '꿈꾸는 달팽이'에서 이정화 교수(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가 '독서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예비엄마들이 이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9일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서 대교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가 후원하는 제118회 맘스클래스 '꿈꾸는 달팽이'에서 이정화 교수(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가 '독서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예비엄마들이 이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이날 이 소장은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를 위한 노하우도 전수했다. 우선 책 읽는 게 재밌어야 한다. 이 소장은 “유아기에 책 싫어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과 똑같은 놀잇감이다. 그러다 부모가 책을 공부로 생각하게 하면 그때부터 싫어하게 된다”고 단언했다.

 

‘00가 뭐라고 말했지? 다시 읽어봐’, ‘오늘 5권 읽기로 했는데 왜 3권만 읽었어?’ 부모의 이같은 말이 아이의 흥미를 떨어지게 한다. 이 소장은 “내가 내 돈 주고 노래방 가면 즐겁지만 의무적으로 노래방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면 싫어진다”며 “아이에게 책은 노동이 아닌 즐기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아이에게 독서는 즐거운 감각으로 느껴져야 한다. 그는 “식탁에 제대로 앉지 않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엄마는 때로는 어르기도 하고 화도 낸다. 그 아이가 생각할 때 식탁은 엄마의 잔소리 폭탄이 날아오는 까만색이다. 그러니 더 가기 싫은 것”이라며 “아이가 독서를 떠올렸을 때 행복한 색깔과 모양이 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이가 책을 곱게 보지 않더라도 혼내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책을 보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뽀로로 캐릭터를 주인공 옆에 그릴 수 있고, 책 속 나비 그림을 오려서 입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소장은 “아이는 질문을 행동으로 하니 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책은 고이 보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책은 너덜너덜해야 한다”고 웃음 지었다.

 

아울러 책을 읽어줄 때는 상황에 몰입할 줄 알아야 한다. ‘주인공이 왜 빠졌지? 그전에 어떤 일이 있었지?’ 등과 같이 상황에 공감하지 않고 논리적으로만 읽어선 안 된다는 것. 이 소장은 “아이는 책을 읽고 들으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러니 읽어주는 사람도 아이가 동그랗게 눈을 뜨면 소리를 크게 하고 놀라는 포즈를 취하는 등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이 소장은 “독서는 아이의 관심사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이는 책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 밑에 있는 벌레에 관심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그 벌레에서부터 출발하면 된다”면서 “관심이 있어야 집중이 생기고 학습도 일어난다. 그러니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넓은 독서활동을 하는 것이 새 시대 인재를 키우는 방법이다. 비록 우리가 공감과 상호작용을 덜 받고 자랐더라도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다. 아이와 독서활동을 하면서 엄마 역시 충족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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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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