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치유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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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토크
  • 2014.08.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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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치유하는 그림책
아이를 위해 읽은 책이 사실은 엄마의 마음 상처를 보듬어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나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전공했다. 교과목 중에 ‘동화창작’이 있었고 교내에는 동화작가를 준비하는 스터디모임이  활발했다. 하지만 동심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동화를 읽고 쓰는 일이 불편했고   ‘동화’ 수업이 달갑지 않았다.

 

첫 아이를 낳고 6개월 즈음 되었을 때 그림책 네 권을 선물 받았다. 읽어보니 놀라움, 신기함, 재미, 깨달음의 연속이지 뭔가. 대학 시절, 유치하고 닭살 돋는다는 이유로 기피했던  바로 그 장르가 아니었다.

 

나에게 큰 울림은 준 첫 그림책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이다. 너의 손. 너의 발, 너의 특정 습관 등 아이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이 얼굴보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영유아기 때의 나를 더듬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어떤 사랑을 어떤 형태로 받았는지 짐작하며 혼자 입술을 깨물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은 것은 아니지만 넘치는 사랑을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책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김진미
책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김진미

 

 

아이 두 돌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책을 읽었다. 육아로 힘들거나 왠지 울고 싶어지는 날이면 이 책을 꺼내 울었고 진한 카타르시스를 맛봤다. 제일 많은 눈물을 쏟았던 페이지는 엄마가 독립한 아들을 만나러 밤 버스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다. 현실 속의 내 아이가 언젠가 곁을 떠날 것이라는 상실감이 느껴져 울었고 더불어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래서 딸의 집에 올 때면 버스와 지하철을 힘겹게 갈아타고도 힘든 내색 안하는 친정엄마 모습이 오버랩 되어 눈물이 쏟아졌다.

 

한 달 전에는 <엄마가 화났다>라는 책을 읽으며 울었다. 아이를 혼내지 말자고 해놓고 자꾸 혼내고, 돌아서면 후회하고 결국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던 중에 만난 책이다. 책 속의 엄마는 나와 같아서 아이에게 괴물처럼 화를 낸 후 마침내 아이 앞에서 엉엉 우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엄마가 미안해, 라는 말을 남기며.

 

요즘 서점에 가면 엄마를 치유하는 심리학서가 수십 종에 달한다. 아빠심리서 역시 서가가 따로 마련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림책은 생겨난 순간부터 치유의 능력을 품고 있었다. 왕따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엄마는 ‘친구를 가리지 말고 사귀자’는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을 읽으며 유년 시절의 아픔을 치료한다.

 

주변 엄마들의 그림책 리뷰에 관심을 가져보자.  아이 읽어주려고 펼친 책이 엄마를 울게 하고 깨닫게 하고 결국은 엄마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치유를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책은 아이는 물론  엄마, 아빠의 상처 받은 현재와 과거를 보듬기 충분하다.  그림책을 펼칠 때 마음의 문을 함께 열기만 하면 된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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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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