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 아이들에겐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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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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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 아이들에겐 최고의 선물
[탐방] 책 읽기 교육 앞장서는 구립 곰달래어린이집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김순옥 할머니(67)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구립 곰달래어린이집 보육실에서 만 5세반 아이들에게 동화책 '방귀쟁이 스컹크' 를 읽어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순옥 할머니(67)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구립 곰달래어린이집 보육실에서 만 5세반 아이들에게 동화책 '방귀쟁이 스컹크' 를 읽어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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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야, 어서 일어나!”

 

자신의 방귀 냄새를 맡고 기절한 다람쥐를 보며 울음을 터뜨린 스컹크. 다람쥐를 좌우로 흔들어 보지만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 뒤로도 스컹크는 자신의 방귀로 여우와 사슴까지 기절시키고 만다.

 

방귀 냄새 때문에 친구들이 자신을 점점 멀리하자 슬픔에 빠진 스컹크에게 엄마는 방귀는 너를 지켜주는 소중한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친구들을 피해 나무 뒤에 숨어있던 스컹크는 풀밭 사이로 눈을 빛내며 친구를 주시하고 있는 사자를 발견하게 된다.

 

절체절명의 순간 스컹크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사자 앞으로 달려가 자신의 최대 무기인 방귀를 발사한다. 밀림의 왕인 사자도 스컹크의 방귀엔 속수무책. 벌러덩 기절한 사자를 본 친구들은 스컹크에게 그간의 일을 사과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 동화책 읽어주는 '이야기 어르신'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구립 곰달래어린이집(원장 류선희) 열매1반 보육실. 오늘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이야기시간이 있는 날이다. 일곱 살배기 아이들이 동화책 방귀쟁이 스컹크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스컹크가 방귀로 다른 친구를 구해주는 것 봤지요? 나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그 친구를 싫어해선 안 돼요. 어린이 친구들도 다른 친구를 이해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죠?”

 

김순옥 할머니(67)가 읽어주던 책을 내려놓고 이같이 말하자 아이들은 만면에 웃음 띠고 일제히 하고 대답했다. 김 할머니가 들고 온 책은 스컹크의 단점이었던 방귀가 나중에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알려줘 아이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화책이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허리를 굽혀 뿌웅하고 스컹크의 방귀 냄새를 흉내 낼 때는 깔깔대며 웃다가 사자가 수풀 사이에서 눈을 번쩍이며 동물 친구들을 바라보는 모습에선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낯빛을 보였다.

 

다음은 윤석순 할머니(73)가 동화책을 읽을 차례. 윤 할머니는 사탕을 먹고 양치를 하지 않아 이빨이 빠진 호랑이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 이빨 빠진 호랑이를 가져왔다. 영유아 시기에 양치질을 제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무서운 호랑이도 이빨이 빠지면 아야해요. 어린이 친구들도 밥이나 과자를 먹고 난 뒤나 잠을 자기 전에 양치를 해야 호랑이처럼 이빨이 안 썩는답니다.”

 

윤 할머니는 동화 중간중간에 직접 만들어온 소품을 꺼내들며 극의 재미를 더했고 동화구연이 끝나자 신체를 활용해 소근육 감각을 발달시키는 율동을 아이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점심식사를 앞두고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었지만, 동화책을 읽어주는 두 할머니의 푸근한 음색과 온몸을 활용한 연기에 아이들은 30분간 눈을 빛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육교사 경력 8년차인 김미희 주임교사는 교사가 생활주제 위주의 동화구연을 한다면 할머니들은 요즘 쉽게 접할 수 없는 전래동화를 들려준다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기발한 소품을 보면서 아이는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할머니와의 소통이 정서발달에 도움

 

양천사랑복지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곰달래어린이집은 매주 월요일마다 이야기 어르신을 초청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양천노인종합복지관 부설 신월노인복지센터와 협약을 맺고 벌써 5년째 진행하고 있는 지역사회연계활동이다.

 

신월노인복지센터가 지역사회에 파견하는 만 65세 이상 이야기 어르신은 현재 총 16명이다. 21조로 구성된 이들은 양천구 내 어린이집 7개소와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해 동화구연 활동을 하고 있다. 센터 내에서 1년 이상 동화구연 등의 교육을 받아야만 현장에 나갈 수 있다. 노인들에게 일한다는 즐거움과 사명감을 느끼게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인 셈이다.

 

올해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이 대부분 삭감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곰달래어린이집은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이야기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 ‘이야기 어르신사업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침은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자신감 있는 어린이로 키우기 위한 어린이집의 운영방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류선희 원장은 아이들이 할머니들에게 수업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예절을 배울 수 있게 되고, 할머니 앞에선 아이들이 자신감을 더 갖는 경향이 있다할머니와의 소통이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인성 배우는 교육

 

현재 곰달래어린이집에서는 폭넓은 사고와 시각을 지닌 아이로 키우기 위해 독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이 생기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질 뿐 아니라 평생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등원하는 시간인 오전 940분부터 10시까지 만 1~5세 모든 아이들은 10분간 선생님과 함께 독서시간을 갖는다. 어린이집에서는 가정에서도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4권의 책을 집으로 보내준다. 부모들이 이야기 어르신처럼 동화를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추후 운영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남을 배려하고 자존감을 길러주기 위한 인성교육에도 신경쓰고 있다. 텃밭을 체험형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가하면 5세부터는 친구 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도 진행한다. 아울러 가정과의 협업을 통해 가족 내에서도 자녀에 대한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류선희 원장은 인성은 언어를 배우듯 환경에 의해 그대로 만들어지게 된다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야말로 독서와 자신감, 인성교육이 통합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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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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