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자동차 취업사기를 당한 피해자 A씨는 빚을 갚기 위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야간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밤낮없이 투잡을 뛰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친척에게 빌린 3000만원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A씨가 기아차 취업사기에 당한 건 지난 1월 광주의 한 교회 목사에게 걸려온 전화가 발단이었다. 2년 전 우연히 알게 된 박 목사가 “기아자동차에 다니고 싶지 않냐”고 말했다. 대학에서 자동차학과를 졸업하고 기아차 입사를 꿈꾸며 채용공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A씨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박 목사가 제시한 조건은 간단했다. 기아차 협력업체의 직원인 것처럼 필요한 서류를 갖춰 놓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기아차 측이 필요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충원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협력사에서 근무하다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으로 3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이라 돈이 없었던 A씨는 친척에게 3000만원을 빌려 박 목사의 계좌로 입금했다. 이 돈은 기아차 취업사기의 주범인 장모씨 손으로 들어갔다. 장씨는 박 목사 교회의 교인이다.
장씨는 평소 기아차 로고가 있는 점퍼를 입고 교회를 다니면서 기아차 협력사 직원 행세를 했다. 이후 2/0/1/8년 여름 박 목사와 교인 등에게 “기아차 정규직이 됐는데, 교회의 좋은 청년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씨의 기아차 취업/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이번 취업사기에 상당수의 목사와 교인들이 연루된 이유다.
1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이 같은 수법으로 박 목사와 장씨 등에게 협력사 명목의 보증금을 낸 피해자는 620명에 달한다. 피해 금액만 139억원에 이르는 ‘역대급 취업사기’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 장씨를 잡고 보니 이미 (불법도박 등에) 110억원을 탕진해 회수할 돈이 많지 않다”며 “목사의 추천을 너무 믿은 게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