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마는 계속 오빠걱정에 우시고 외할머니는 달래주시고...
아빠는 무슨 정신으로 운전했는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정신없이 오셨대요
저는 낮잠 자고 있을 때
엄마아빠가 고모할머니 댁에 도착하셨는데
고모할머니 집에 들어가자마자
엄마보다 무당아줌마가 먼저 오빠한테 달려가서는
오빠를 안고 막 우셨다는거에요
고모할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저희 오빠를 안고 우니까 놀라서 멍하니 쳐다보고
엄마는 그때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서러워져서
무당이랑 같이 막 같이 우셨대요
무당아줌마랑 엄마랑 정신없이 울고 있을 때
외할머니가 고모할머니한테 상황설명하시고 아빠는 차 주차하시고 올라오시고
아빠가 자고 있는 저를 깨워서 집에 가자고 하셨어요
고모할머니는 천주교이셔서 그런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셔서 같이 안 가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고모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집으로 가는데
차가 좁아서 저는 엄마무릎에 앉아서 가고 오빠는 무당아줌마무릎에 앉아서 갔는데
무당아줌마가 오빠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우리 ㅇㅇ이 우리 ㅇㅇ”이 하고 계속 중얼거리셨어요
저는 그때 그 아줌마가 무당인거모르고
그냥 아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했어요
신기한 게 엄마아빠는 오빠이름을
그 아줌마한테 한 번도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는데
아줌마는 오빠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집 가는 내내 오빠 이름을 주문처럼 외우셨는데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우는 모습이나 말투로 봐서는
아마 외할아버지였을 거라고 하셨대요
집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당아줌마는
오빠를 내려놓고 무표정으로 집 안에 제일 먼저 들어가셨고
다시 오빠를 끌어안거나 하지 않았어요
집안에 들어가서도 특별한 행동은 없고
그냥 이 방 저 방 둘러보고 다니다가
유독 한참동안 멈춰서 있을 때가 있었는데
창고 방이랑 안방 화장대앞이었어요
한참 돌아다니다가 작은 방에 가서 장농을 열고
장농에 있던 부적을 바로 찾아 떼버리는데
부적이 무슨 불에 탄 것도 아니고 누렇게 반쯤 삭아있었어요
(후에 외할머니가 붙여두신 부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고 새 부적을 척 부치시고는
오빠한테
“숨고 싶으면 저번처럼 발길 닿는 곳에 숨으면 된다 안전하니까”라고 하셨대요
그러고는 작은방에서 나와서 탁자를 갖다 버리라 해서
탁자가 커서 아빠가 나중에 버리겠다고 하니까
무당아줌마가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고 버리자고 하시는 통에
엄마랑 아빠랑 무당아줌마랑 셋이서 탁자를 겨우 밖에다 내놓고
그러고는 또 안방 화장대 앞에 가서 한참 있더니
버리면 큰일날거라고 일단 두라고 하고는
화장대 맨 밑 서랍 깊숙이 접은 부적 같은 걸 숨겨두시고는
누가 부적을 찾거든 절대 어딨는지 일러주지마 라고
우리가족한테 열심히 설명하셨어요
그러고 바로 창고 방으로 가서 그 방문에 부적을 부쳐두시고
되도록이면 들어가지 마라고 하셨구요
그리고나서 뭔가 찝찝하다고 둘러 봤던 곳을 또 둘러 보고, 또 둘러 보다가
갑자기 무당아줌마가 티비 받히고 있는 장식장에 가서
장식장도 갖다 버려야 된다고 그래서
또 세 분이서 그걸 낑낑거리면서 빼냈는데
장식장 뒤에 머리카락이 진짜 한 웅큼이 있는거에요
무당아줌마는 그걸 보고 질겁을 하셨어요
당장 쓸어 없애 버려야 한다면서
바닥에 뭘 쏟았는지 찐득한 거에
머리카락이 한 웅큼 달라 붙어 있고
고약한 냄새도 나고
그런게 있는데도 집에 벌레는 한 마리도 없었어요
엄마아빠는 장식장 버리러 가시고
무당아줌마는 수건을 빨아오셔서
“독한 집이야 독한 집” 하시면서
그 더러운 머리카락과 찐득거리는 걸 열심히 치우시더니
다 치우고는 머리카락이랑
오물 묻은 수건을 봉지에 싸서 내다버리셨어요
엄마아빠한테 '뱀술에 사람 머리카락이다'라고 했대요
그 찐득한 게 뱀술이었나봐요
그 집에서 한바탕을 하고 아줌마가 버릴 건 다 버렸는데
아직은 아니니까 당분간은 말한 거 잘 지키라고
본인은 다시 자기 집에 간다고 몇 달 뒤에 굿이나 하러 올 거니까
그때까지만 잘 버티고 있으라고
말씀 하신 거 잘 지키라는 말을
계속 신신당부를 하고 가셨어요
오늘이야기는 여기까지구요..
다시 찾아뵐게요!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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