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 뉴스]18일 예정된 '통상임금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말 그대로 폭풍전야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기존 판례를 바꿀 경우에 열리고 그런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일관되게 유지한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현행 임금체계는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 임금제도 개편을 논의 중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시 기업부담
국내 대다수 사업장은 통상임금을 기본급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에 한정하고 격월, 분기 또는 반기에 한 번 나오는 정기 상여와 각종 복리후생비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정기 상여, 가족수당 등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은 일시에 막대한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초과근로나 연장근로 등의 각종 수당 지급액이 정해지지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정되면 첫 해에만 13조2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지엠은 800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작년 회계에 반영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통상임금 확대 적용 첫 해에 전체 기업이 38조5509억원을 부담해야 하고 이후 매년 8조8663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인력 채용 여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경총은 38조원의 추가 인건비는 37만~42만명가량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특히 외부 충격에 약한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가 포함될 경우 제조업 1인당 인건비가 5.9%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신규 인력 채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기존 입장 바꿀까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내릴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2012년 금아리무진(대법), 2013년 지엠대우(서울고법), 2013년 타타대우(서울중앙지법) 건에서 법원이 정기 상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기존의 판례를 바꿀 경우에 열리곤 하기 때문.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결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통상임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목"이라며 "통상적으로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의 판례를 뒤엎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임금체계 손질 불가피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현재 임금체계는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통상임금 문제가 복잡한 임금체계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은 노사정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는 경제개발 시대에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정부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피하려 기업과 노조가 기본급 인상 대신 각종 수당 지급에 합의한 결과가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정부는 장래 통상임금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노동·경영·법조 등 각계 전문가로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지난 6월 구성했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최종 안을 결정해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 성과가 가미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최대한 대화와 타협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