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세계일보]유언을 작성하며, 읽으며 두 눈이 퉁퉁부은 이들은 "이제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죽을 것입니다. 장기의 기능이 서서히 멈추고… 이제 당신은 죽었습니다. 당신의 사체를 담은 관은 화장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관 속으로 들어가 침묵의 시간을 시작했다.
관 뚜껑이 닫히고 영정사진만이 촛불에 아른거리는 10분 동안 관 속에서는 흐느낌 등이 터져나왔다.
짧기도, 길기도 한 시간이 지나고 "이제 여러분은 새롭게 태어납니다"라는 말이 들리자 이들은 모두 관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삶을 위한 발을 내딛었다.
입었던 수의를 마구 던져 놓고 체험관의 불이 환하게 켜지자 이들의 표정도 역시 환하게 밝아졌다.
관 속에서 시간 동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 전용신(57)씨는 "그동안 게으르게만, 두려워만 하면서 살아왔다"며 "그러나 이번 임종체험으로 모든 것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 속에서 답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며 "그동안 미워했던 사람, 나를 미워한 사람 모두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체험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유언장을 작성하며 참석자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서주희씨는 "사람들이 살면서 '죽고 싶다,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나 역시 그랬다"며 "그러나 오늘 경험으로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실제 죽음으로 세상을 등질까 생각했었다는 그는 "체험관에서 저승사자 복장을 한 도우미를 본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며 "생각만큼 죽음이라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 경험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삶을 가치있고 뜻 깊게 살아갈 것"이라며 "죽음을 생각한 사람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이 임종체험을 한 번씩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인과 함께 손 잡고 임종체험에 임한 정모(21)씨는 "고등학교 수업 당시 임종체험을 접하게 됐다"며 "오늘 경험으로 좀 더 용기있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연인 조모(23·여)씨도 "관 속에서 '잘 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 죽음 앞에선 똑같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연말을 마무리하려는 마음에서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조남철(43)씨는 "최근 힘든 일들이 겹쳤는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임종체험' 진행을 맡은 정용문 효원힐링센터장은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에 앞서 임종체험을 통해 미리 죽음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40대 여성이 있다"며 "체험 후, 그녀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펑펑 운 뒤 새로운 삶을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살률이 점차 높아지는 사회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생기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채 호기심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목적을 가지고 임종체험에 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부간 문제, 가정불화 등 개인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임종체험'의 저변이 확대되며 이 체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문 연 서울 영등포구 효원힐링센터는 유서작성·입관체험 등을 통해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임종체험' 센터다.
효원상조의 무료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임종체험'에는 현재까지 5300여명의 체험자가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