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뻥튀기 의혹 보고만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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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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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현대차 연비과장 '파문 확산'...美서 8천억원 집단소송
 
 
[출처 경향신문]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연비 과장’ 관련 소비자 집단소송에서 90여만명에게 모두 4200억원을 주기로 원고 측과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자국에서 팔린 현대·기아차의 2011~2013년형 13개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연비의 하향 조정을 권고하자 현대·기아차는 연비를 1~2MPG(갤런당 마일, 1MPG는 0.425㎞/ℓ)씩 낮췄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합의에 따라 현대차 소비자는 1인당 평균 37만여원, 기아차 소비자는 70만여원을 각각 받게 됐다. 미국은 보통 민사소송에서 집단소송제를 인정하기 때문에 합의 결과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뿐 아니라 해당 자동차를 산 소비자 모두에게 효력이 미친다.

이런 소식을 들은 국내 소비자들은 부러움과 함께 분통이 터진다.
국내 자동차의 연비 표시가 뻥튀기되고 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속 시원히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상의 미비점 탓이다. 무엇보다 자동차업체가 자체 생산하는 자동차의 연비를 자율적으로 측정해 신고만 하도록 해놓고는 정부 차원의 사후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개인이나 소비자 단체를 대신해 연비를 엄격히 조사·발표하는 EPA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없다는 얘기다. 산업부와 국토부 두 부처가 연비 사후검증을 하고 있으나 기준이 다른 탓에 결과에도 차이가 나 혼란만 줄 뿐이다.
 
업계로부터는 중복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조업체가 신고한 연비와 사후검증 연비의 오차 범위가 선진국의 3%보다 훨씬 높은 5%로 느슨하게 설정돼 있고 연비 표시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다.

누가 보더라도 현재 국내 자동차 연비 제도는 소비자보다 제조업체에 유리하게 돼 있다. 정부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2월 연비 사후측정 방법 통일 등 연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한국에선 박모 씨 등 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최근 패소했다. 아반떼가 1L로 16.5km 간다고 돼 있으나 실제 14km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가 도로상태 등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알렸다”면서 거짓 과장 광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미국 소비자들은 보상을 받고, 한국 소비자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산업부와 국토부가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총리실이 나서 중재를 하는 와중에도 따로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부는 그동안 소비자 불만이 집중돼온 승용차의 연비 사후검증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보는 이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
 
두 부처가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를 이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연비 측정 방법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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