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아주머니가 다녀가신 후에
집 꼴이 좀 말이 아니었어요
티비는 바닥에 떡하니 대충 놓여있고
(내릴 때 잘못건들였는지 티비는 고장났더라구요)
그리고 쇼파 앞은 휑했죠...
근데 신기하게 아무 일도 없는거에요
진심 너무 일반 가정집 같아서 이상할 지경으로요...
티비 없어도 가족들끼리 잘 놀았어요
(솔직히 그 후 집 분위기는 더 무서워진 거 같았어요)
그래도 가족들이 전부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무섭단 이야기는 안했어요
그냥 거실에서 불 켜놓고
제가 갖고 놀던 살구랑 부루마블 같은거 꺼내놓고 하고 놀고
전 진심 재밌었지만 엄마아빠는 억지로 웃고 놀고 그러고 있었던거 같아요
그러다 밤 되서 가족끼리 우르르 화장실가서 다 같이 양치하고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가족들 차례로 볼일보고 나머지가족들이 밖에서 기다려주고
우르르 안방에 들어가고..
그렇게 그날 다 같이 잘 잠이 들었는데 밤새 자꾸자꾸 잠에서 깼어요
좀 몽롱하게 깼는데 바닥에 슥슥 소리나는 걸 들었어요
근데 소리는 들리는데 확인할 수가 없었어요
무슨 수면제 먹은 거처럼 맥없이 다시 잠들고 그런 걸 반복했어요
눈꺼풀이 천근만근인 느낌?... 계속 그렇게 일어났다 기절했다
깨고 자고 하는 중간동안에 슥슥 소리는 밤새 났던거 같아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아빠 오빠 전부 다
밤에 무슨 일 있었다고는 말 안하는거에요
그래서 그 소리는 저만 들은 줄 알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렇게 한 한 달은 가족 모두 잘 지내는거 같았어요
한 달 정도 지나서 날씨 좀 쌀쌀해질 때쯤이었는데
오빠랑 저랑 학교 갔을때 주인집 할머니가 찾아왔었는데
엄마아빠가 굿을 해도 되냐고 연락했더니 찾아오신 거에요
오자마자 다짜고짜 엄마아빠한테 동네 시끄럽게 무슨 굿을 하느냐고
집 계약 얼마되지도않고 (집이 몇 년 안에 철거될 거라서 계약이 길지 않았어요)
좀 조용히 살다나가면 안되겠느냐고 화를 내셨대요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엄마아빠는 홧김에 그러면 오늘 하루 이 집에서 주무셔보시라고 그러셨대요
근데 주인할머니가 그러시겠다고 하셔서
진짜 저희 학교 갔다 왔을 때 주인할머니가 계셨어요
솔직히 엄마아빠는 진짜 주무시고 가신다기에 좀 이상하게 생각되고 놀라셨대요
그냥 다툼도 있었고 오기로 주무시라고 하신거죠
오빠랑 저는 엄마아빠가 주인할머니 오늘 주무시고 가실 거라고 그러시길래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어색하게 앉아있다가 같이 저녁식사하는데
그 할머니께 엄마아빠가 작은방에 주무시라고 했었거든요
할머니도 알았다고 하셨었대요
근데 갑자기 저녁 먹다가 할머니가 창고 방을 가르키면서
저 방은 뭐로 쓰고 있냐고 물으시는거에요
엄마아빠 말씀으론
이미 다 설명 들으셔놓고 또 물으신거래요
엄마아빠는 그냥 창고라고 다시 설명했더니
식사하시다 말고 갑자기 그 방을 구경하시겠다고
그 방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거에요
엄마아빠는 그때 너무 놀라서 밥 먹다가 더 먹지도 못하고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계셨대요
방 안 둘러보시다가 방문에 있는 부적을 보고
이런 걸 왜 갖다 부쳐 놓았냐고 물으셔서
제가 '그 방에 무당아줌마가 들어가지마 라고 했는대요' 했는데
그랬더니 그 할머니가 갑자기 그 방에서 주무시겠다는거에요
엄마아빠가 계속 말리고 설득했는데 끝까지 거기서 주무신다고...
그래서 이불을 그 방에 깔아드리고
저희가족은 그냥 안방에서 잤죠
근데 한참 자고 있을 때 엄마가 이상한소리를 들으셨대요
막 화내는 소리라고 해야하나?
뭐라고 하는진 잘 모르겠는데 분명 누가 화내는 소리 같았대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에 있는 할머니 목소리인거 같아
엄마는 아빠를 깨워서 그 방으로 가셨대요
아니나 다를까 방안에서 할머니가
“어디있어! 어디있어! 죽는다! 진짜 죽는다! 어디 있느냐고!”
뭐 이런 소리를 하시면서
방안에서 뭘 던지시는지
책 같은거 던지는 소리랑 물건 던지는 소리가 났대요
엄마아빠가 놀라서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뻑뻑하니 전보다 좀 안 열리는 느낌이었대요
근데 방문을 열자마자 그 할머니가
“여기있다!!!”
하고 소리치시면서 방안에서 툭 튀어나오셔서 문지방으로 달려드셨대요
엄마는 깜짝 놀라서 막 소리를 지르시고 그 바람에 제가 깼어요
잠에서 깨서 그 방 쪽으로 갔는데 할머니는 문지방에 막 달려드시고
아빠는 할머니를 막 뜯어말리면서
“여보 여관집 좀 불러와!” 하시면서 다급하게 소리치고 계셨어요
아빠가 할머니를 말리시면서 봤는데 할머니가 달려드는 문지방에
접어놓은 종이가 테이프로 발려있더래요
(문이 뻑뻑하게 안 열린 이유인듯)
우리가족도 모르게 무당아줌마가 부적을 붙여놓고 가신거 같았대요
아무튼 엄마는 잠에서 깬 저를 방에 들어가라고 하시고
여관집으로 가서 아저씨를 부르러 가셨어요
전 방에 들어가서 다시 잠들었구요
엄마가 여관 아저씨를 데려와서
할머니를 아빠랑 아저씨가 겨우 그 방 밖으로 데리고 나오셨는데
아빠말씀으론
그때 그 할머니 힘이 보통 노인네 힘이 아니라 장사였다고
아저씨랑 아빠가 함께 말리는 힘으로도 힘드실 정도 였대요
근데 더 이상한건 겨우 방 밖으로 떼어내니까
할머니가 아무 일도 없으셨다는 듯 쇼파로 가서 주무셨다는 거에요
그 모습을 여관아저씨랑 엄마랑 아빠가
진짜 한참 넋 나간 듯 보고 계시다가
여관아저씨가 자기어머니가 왜 저러는 거냐고
따져 물으시는데
엄마아빠도 뭘 알아야 대답을 해드리죠...
아저씨도 결국 내일 이야기하시자고 그 할머니 부축해서 내려가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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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으로
이어서 올려요^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