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본 귀신 지금도 가끔 꿈에서...

  • LV 1 서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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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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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 누나와 방을 바꿨습니다. 누나가 방을 바꾸자고 재촉한지 약 3년만의 일이었습니다. 누나방은 부모님 방 바로 옆이라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지만 누나의 집요한 회유와 협박 (담배피다 누나한때 딱 걸렸음다)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제 방은 부모님방의 바로 아랫층에 위치해서 방도 큼직하고 또 아랫층은 할아버지 할머니만 계셔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왔지만 누나방은 윗층 부모님 방 옆 방이었습니다. 방도 훨씬 작고 부모님의 감시의 눈초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처음 몇 달은 별문제 없었습니다. 담배를 피러 나가기 불편하고 가끔 잘 안눌리던 가위에 눌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점을 몰랐습니다. 가위눌린 꿈을 말씀드리자면 뭐 고질라가 동네에 나타나서 열나게 도망다니고 숨어있다가 발에 밟히는 것에서 시작해서 창밖에서 알수없는 꼬마들이 "XX아 놀자" 라고 속삭이 듯 부르는 소리에 가위눌리는 정도였습니다. 꼬마들이 속삭이듯 저를 부르는 소리는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나고 소름이 끼치긴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사건이 터졌습니다. 저녁 7시정도 됐었는데 깜깜했으니 늦가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방에 형님이 쓰다가 준 카세트플레이어가 았었습니다. 그걸로 또한 형님이 카세트플레이어와 함께 준 Pink Floyd의 'Atom Heart Mother'라는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Pink Floyd 음악이 좀 그렇습니다. 무척 실험적이고 또 어떤 부분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눈을 지긋이 감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앞에 뭔가가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을 떠서 보니 뭔가 허연게 공중에 떠서 시계추 처럼 왔다갔다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다시 보니 하얀 소복에 이목구비 없이 밋밋한 얼굴의 여자가 공중에 떠서 다리는 고정 되어있고 상체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상한 음악을 들으니 헛것을 본다고 생각해서 손을 더듬어 음악을 꺼보았지만 여전히 귀신은 그대로였습니다. 벽에 몸을 딱 붙이고 천천히 문 쪽으로 이동을 했더니 귀신 역시 몸을 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조금씩 틀어서 여전히 저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조금씩 간신히 움직여 문을 열고 나왔더니 바로 옆방에서 아버지께서 방문을 활짝 열고 TV를 보고 계셨습니다. 얼른 아버지 방으로 들어가 옆에 앉았습니다.
 
약 한시간 옆에 앉아있는데 도저히 아버지께 나 귀신봤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보 취급 받을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암것도 모르고 TV 그만 보고 가서 공부하랍니다. 어쩔수 없이 아버지 방을 나와 제 방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문을 활짝 열고 불을 얼른 켰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날은 그렇게 방문을 활짝 열고 불도 켜 놓은 채로 공포에 떨며 제 방에서 잤습니다.
 
그 뒤로 몇 차례 공포스러운 경험이 더 있었으나 그럼 글이 넘 길어지니 생략하고, 수년이 흘러 군대도 갔다오고 복학한 뒤 집에서 형님과 누나와 함께 밤 늦게 맥주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술김에 문득 생각이 나서 누나한테 고2때 방 바꾸고 몇 달뒤 귀신 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누나가 바로 소복 입은것 그리고 이목구비가 없는 것을 바로 맞추는 겁니다. 제가 황당한 눈빛으로 누나를 바라보니 누나왈 '내가 수년간 너더러 방 바꾸자고 조른 이유 이제 알겠어?' 
 
지금은 우리 삼남매 다 결혼해서 나와 살고 있지만 부모님은 아직도 그 집에서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가위에 눌릴때마다 저는 그 이목구비없는 귀신을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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